세법이 헷갈려 … 예산안 처리 또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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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새해 예산안 처리가 또 늦어지게 됐다.

사단은 엉뚱하게도 의원들의 혼선 때문에 벌어졌다. 22일 국회 본회의에선 조세특례제한법 상임위 안과 수정안이 모두 부결됐다. 이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자칫 국민의 주머니에서 3조~4조원이 세금이 더 나가야 한다. 과정은 이랬다.

오후 10시30분쯤 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이 제안한 수정안 표결 결과 재석의원 221명 중 106명만 찬성, 부결됐다. 영업용 택시의 LPG에 특별소비세 감면 혜택을 주는 내용이었다. 주로 한나라당 의원들이 찬성했다. 뒤이어 조세특례제한법 대안을 표결에 부쳤지만 222명 중 107명만 찬성해 또 부결됐다. 이번엔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주로 찬성했다. 결과적으로 두 법안 모두 부결되는 바람에 법안 개정은 없던 일이 됐다.

부결 직후 국회 예결위 열린우리당 간사인 이종걸 의원은 "수정안에 기권한 사람이 오해를 해 대안에도 기권한 듯하다"고 했다. 한나라당 장윤석 의원도 "국회 본회의가 수정안과 별개 법안을 제대로 구별하지 않아온 50년 동안 잘못 처리해온 관행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개탄했다.

문제는 조세특례제한법안이 새해 예산안과 관계된 세법안이라는 점이다. 그 때문에 당초 처리키로 했던 예산안 처리도 자연히 무산됐다.

열린우리당 노웅래 원내공보부대표는 "오늘 대형 사고가 났다"며 "전무후무한 일"이라고 했다. 이종걸 의원은 "임시국회를 즉각 소집해 바로잡겠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3조~4조원의 세금이 더 걷힐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여야는 26일 오후 4시에 본회의를 다시 소집하기로 했다.

◆ 100여 건 안건 처리한 국회=국회는 이날 국군부대의 이라크 파견 연장 및 감축 계획 동의안과 국군부대의 유엔 레바논 평화유지군 파견 동의안 등 100여 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이 중에는 노사관계 로드맵 관련 법안도 포함됐다. 다음은 처리된 주요 법안 요지.

▶게임산업진흥법=사행성 게임물을 새롭게 정의했다. 이에 해당한다고 판단할 경우 등급 분류를 '거부'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시장에 유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일반게임 제공업을 허가제로, PC방을 등록제로 전환했다. 청소년 이용불가 게임물의 경품 제공과 환전업을 금지하는 규정도 마련했다.

▶국회법=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를 겸할 경우 한 차례의 인사청문회만 통과하면 되도록 했다. 합참의장도 인사청문회의 대상에 포함됐다.

▶여권법=여권의 유효기간(일반 여권 10년, 관용.외교관 여권 5년)을 법률로 정했다. 위험 국가 또는 지역에서 여권을 사용.방문 또는 체류하는 것을 금지했다. 위반할 경우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고정애.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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