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집단폭행' 동영상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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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이 영상은 익명의 네티즌이 한 동영상 포털사이트에 제공한 것이다. 이 영상이 어떤 경로로 제보자에게 입수돼 제공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사이트 측은 얼굴을 모자이크 처리한 뒤 6분10초짜리 원본 동영상을 3분40초짜리로 편집해 인터넷에 올렸다. 이 동영상에는 대여섯 명의 여학생이 한 여학생을 집단으로 괴롭히고 때리는 장면이 담겨 있다.

◆ "때리지 마…" 애달픈 호소=동영상은 가해자인 한 학생이 피해 학생의 안경을 벗긴 뒤 뒷머리를 때리는 장면부터 시작된다. 옆에서 지켜보던 다른 학생들이 가세하는 등 매질이 계속되자 이 여학생은 울며 "그만 때리라"고 호소한다. 가해 학생들은 얼굴을 감싸며 고통과 수치감에 몸을 떠는 피해 학생의 머리채를 잡아 묶은 뒤 카메라를 향해 고개를 강제로 들게 하는 등 폭력의 수위를 높였다. 눈물 범벅이 된 피해 학생은 "미안해, 잘못했어, 안 할게"라며 무릎을 꿇고 빌지만 폭행은 계속됐다. 가해 학생들은 피해 학생의 애처로운 호소가 이어지는 속에서도 흥얼거리며 노래를 부르거나 서로 농담을 주고 받는 등 죄의식은커녕 오히려 집단 학대를 즐기는 분위기였다. 동영상 막바지에선 피해 학생을 움직이지 못하게 붙잡은 뒤 강제로 상의를 벗기기도 했다.

◆ 분노한 네티즌들=동영상이 이날 오후 조인스닷컴을 통해 첫 보도되고 난 뒤 네이버.다음 등 포털사이트로 퍼지면서 인터넷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한 네티즌(SYHH)은 "미성년자라고 배려하는 것도 한도가 있는 법"이라며 "가해 학생들은 강력하게 처벌하고 부모들이 공개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네티즌(ompa2545)은 "이런 일이 없도록 잘 가르치라고 학교 선생님들을 믿고 아들딸을 맡겼는데 너무나 어처구니없다"며 분노했다.

동영상을 처음으로 올린 포털사이트 측은 "10대 학원폭력의 심각성을 있는 그대로 알려 근본적인 해결책을 함께 고민해 보자는 의견이 많아 편집본 공개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김윤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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