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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된 시단에 영 파워 "새바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90년대 시의 방향을 찾는 젊은 시인들의 동인 활동이 활발히 일고 있다. 80년대 시의 큰 흐름을 이끌던 민중시·해체시 계열이 90년대 들어 국내외 상황변화로 그 정치적·사회적 상상력과 기법 적 신선함을 잃고 제각기 개인적 공간으로 침잠, 뚜렷한 흐름이나 이슈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 시단의 모습.
그러나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의 젊은 시인 10여명 가량씩이 잇따라「21세기·전망」「시운동」「슬픈 시학」「바벨의 시」등 시동 인을 결성하고 있어 소위「90년대 시인」들에 의한 90년대 시 찾기가 주목된다.
작년초 동인지 창간호『떠나는 그대 눈부신 명상입니다』를 펴내며 모습을 드러낸「21세기·전망」동인은 출범당시 유 하 함민복 박인택 차창룡 진이정씨 등 5명이었으나 최근 윤제림 김중식 박용하 이선영 함성호씨 등 이 합류, 10명의 동인으로 다음달 동인지 제2집을 출간할 예정이다.「21세기·전망」은 정치·사회·문화·역사 등 제도에 의해 덧씌워지지 않은 언어의 원초적 건강성을 회복, 새로운 가능성으로서의 21세기를 열어제치겠다고 한다.
지난해 말 하재봉 박덕규씨 등 기존의「시운동」이 해체를 선언한 후 올해 초 김기택 원재훈 권대웅 이학성 장석남 이진명 전동근 이동역 이홍섭 성기수씨 등 10명은 새「시운동」을 결성, 이 달 내로 동인지를 펴낼 계획이다. 투명한 상상력과 화려한 이미지로 80년대를 담당했던 옛「시운동」과는 달리 새「시운동」은 현실주의 상상력을 내세우고 있다. 옛「시운동」의 순수 상상력에 우리의 일상적 현실을 접목시킴으로써 현실과 이상의 세계를 자유로이 넘나들겠다는 계획이다.
4월중 첫 번째 동인 집『가라, 불임의 언어』를 펴내면서 모습을 드러낼「슬픈 시학」동인은 김재덕 박헌호 신현철 유강희 이복희 이진우 정병근 추원훈 허혜정씨 등 9명이 참여한다. 참여냐, 순수냐의 선택을 강요받던 80년대 시는, 때문에 자아와 현실성을 상실, 슬프다는「슬픈 시학」은 선택을 강요하는 어떤 권위도 부정, 시적 진실 내지 현실의 복원을 내세운다.
15일 김재덕 이윤학 김요일 박형준 박서원 이진우씨 등은 모임을 갖고 시의 고유한 미학 회복을 위한 동인「바벨의 시」를 결성, 8월중 동인지 창간호를 펴내기로 했다.
한편『현대시학』4월 호는 창간 22주년을 맞아 이 동인들을 대표하는 김기택 진이정 신현철씨를 초청, 문학평론가 강석주씨 사회로「우리시의 전위그룹과 90년대 시의 지형학」이라는 좌담을 마련했다.
이 좌담에서 참석자들은 80년대 시가『시적 생산의 융설, 시적인 것에 대한 인식의 확대, 현실의 인식과 사회적 대응으로써의 방법적 세련 화와 다양성 확보』(강석주)에 대한 공은 이룩했으나『적당한 이론만 가지고 그 당위성으로 인해 독자에게 먹힐 수 있다는 이론편의주의가 시의 정서는 물론 현실성마저 잃게 했다』(신현철),『정치적 프리미엄을 가지고 있어야 문학저널리즘이나 평론가들의 눈에 띄는 시대였기에 시가 단순화됐다』(진이정)는 과도 동시에 부른 것으로 봤다.
정치적 억압상황에 반비례, 정치적 프리미엄에 의한 70, 80년대 대시인의 출현과는 달리 90년대 시단은 평준화될 것으로 본 이들은, 때문에 개인적 상상력과 시적 기법 개발에 의한 시의 고유영역 구축이 90년대 시단의 나아갈 길로 봤다. <이경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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