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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상 첫 입학설명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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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8일 서울대에서 처음으로 열린 이공계 대학 설명회를 진지한 자세로 듣고 있다.<디지털뉴스센터>

서울대가 사상 처음으로 수험생 유치를 위한 '세일즈'에 나섰다.

서울대 자연과학대.공과대.농업생명과학대 등 3개 이공계 대학들은 8일 신림동 관악캠퍼스에서 합동 설명회를 열었다. 이공계의 비전과 장점.교육여건 등을 제대로 알려 의대.한의대로 몰리는 우수 인력을 되찾아 오겠다는 것이다. 유례없는 설명회 현장을 중앙일보 디지털뉴스센터가 찾아 갔다.<편집자 주>

8일 오후 2시30분, 서울대 문화관 대강당. 추적추적 가을비가 뿌리는 궂은 날씨였지만 설명회 시간이 다가오면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 들었다.

교사와 함께 단체로 온 고등학생들이 많았다. 막 수능시험을 끝낸 수험생들도 있었다. 삼삼오오 짝을 지은 학부모들도 총총걸음으로 강당에 들어섰다. 간간이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자녀의 손을 잡고 온 이들도 눈에 띄었다.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앉은 전라고 학생들을 만나봤다. 27명이 전주에서 이른 아침부터 버스를 타고 와서인지 조금 피곤해 보였다. 먼저 이공계에 관심이 있느냐고 물었다. 張모(3년.19)군은 "전기전자나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주저없이 말했다. 어릴 때부터의 꿈이 과학자라는 말도 덧붙였다. 옆의 친구들도 "공대에 들어가고 싶다"며 거들었다. 학생들과 함께 온 이상화 교사는 "의대.한의대가 인기라지만 수험생이나 학부모들을 접해보면 꼭 판박이처럼 생각이 같은 건 아니다"고 말했다.

rgb(153,153,153); border-right:1px solid rgb(153,153,153); bgcolor=" #FDFDF2" bgcolor="#E4E4E4" >▶ 서울대 설명회.. 공대 기획실장 인터뷰

대전 대신고에서 친구 60명과 함께 온 黃모(2년.18)군은 "생명과학을 전공할 것"이라며 과학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관심 분야에 대한 안목을 넓히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 열풍에 대해 그는 "이공계에서 의대로 옮기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들었는데도 언론 등에서 과장하는건 아니냐"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홀로 앉아 설명회 자료를 뒤적이던 학부모 金모(여)씨 곁으로 다가갔다. 그는 아들이 올해 과학고에 들어 갔다고 했다. 장차 천문학자가 되고 싶어하는데 2년 뒤의 진로 선택에 참고하기 위해 설명회에 왔단다. 그도 "아이들은 다양한 학과에 가고 싶어하는데 일부 부모들이 경제적인 이유만을 앞세워 의대.한의대를 고집하는걸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돈은 많이 벌지 모르지만 의사는 너무 힘든 직업"이라며 "아이가 천문학과에 들어간 뒤 의대로 방향을 틀겠다고 하면 극구 말리겠다"고 말했다.

그 사이 설명회가 시작됐다.

김우철 교무처장은 인사말에서 "이공계 위기가 사회에서 과장된 채 회자된다"며 "세계적인 과학자로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전망은 정말 밝다"고 강조했다.

김하석 자연과학대학장,한민구 공과대학장,이무하 농업생명과학대학장도 차례로 단상에 올라 이공계의 비전을 이야기했다.

韓학장은 "다양성이 이공계의 장점"이라며 진대제 정보통신부 장관(서울대 전자공학과)과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서울대 전자공학과)을 예로 들었다. 李학장은 "너무 단기적으로 진로를 결정하는게 우리 사회의 단점"이라며 "10년 후 자신의 미래를 내다 보라"고 주문했다. 김완진 입학관리본부장은 "이번 설명회를 계기로 서울대도 더 많은 입시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金본부장 역시 "의대는 적성에 안 맞으면 하기 어려운 직업으로, 주변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봤다"며 지원사격을 했다.

이어 3개대가 20분씩 실시한 단과대학 소개는 기업체의 프리젠테이션을 방불케 했다. 유명 아나운서가 등장한 화려한 DVD 동영상과 선배들의 진로에 대한 다양한 분석, 해외 유명대학과의 비교 자료 등이 신세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공대는 '다니는 맛이 있는 대학'이란 톡톡튀는 문구를 내세우기도 했다. 특히 3개대는 졸업 후 진로와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를 주기 위해 한달여에 걸쳐 단과대별로 68학번(55세),78학번(45세),88학번(35세) 졸업생들의 직업을 일일이 조사해 자료를 만들었다.

행사가 막바지에 이를 무렵 잠깐동안의 질문 시간이 주어졌다. 그러나 이공계의 미래나 각 전공에 대한 질문보다는, 특기자 입학이나 면접시험 준비요령 등 입시와 관련한 기술적인 질문이 주를 이뤘다.

오후 5시를 조금 넘기면서 설명회가 끝났다. 어느새 어둑어둑해진 강당 밖으로 참석자들과 대학 관계자들이 발걸음을 옮겼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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