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I서 데뷔 음반 낸 소프라노 유현아 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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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이젠 음악으로 마음의 상처를 달래고 있습니다. 제 노래를 듣고 위로받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미국 볼티모어를 중심으로 활동 중인 소프라노 유현아(38.사진)씨가 고국을 찾았다. 1981년 예원학교 1학년 때 목사인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지 25년만의 금의환향이다. 세계 굴지의 클래식 음반사 EMI에서 나온 데뷔 음반 '바흐.모차르트 아리아집' 을 홍보하고 27, 3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과 28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서울시향(지휘 정명훈)이 연주하는 베토벤 '합창 교향곡'에서 독창자로 출연하기 위해서다.

EMI 소속 한국인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장영주, 첼리스트 장한나, 피아니스트 임동혁 등. 성악가로 음반을 낸 경우는 유씨가 처음이다.

유씨는 13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범한 가정 주부였다. 결혼 2년 만에 남편이 필라델피아에서 차량 탈취범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피아니스트인 언니의 권유로 노래를 시작했다. 유씨는 어릴 때부터 피아노.성악.첼로를 취미삼아 조금씩 배웠고 교회 성가대에서 독창을 도맡아 했지만 대학에서는 분자생물학을 전공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올해 오페라에 데뷔한 늦깎이 가수에요. 욕심부리지 않다 보니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두 개의 문이 열리는 것을 체험하고 있어요."

피바디 음대를 졸업한 유씨는 98년 네덜란드 성악 콩쿠르, 99년 뉴욕 나움버그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2003년에는 신예 연주자에게 주는 영국 볼레티 뷰토니 트러스트(BB 트러스트) 상을 수상했다. 말보로 음악제에서 만난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의 추천을 받았다. 올해 뉴욕 링컨센터, 런던 바비칸센터, 빈 유겐트스틸 시어터가 공동 제작한 모차르트 오페라 '자이데'에서 주역을 맡았다. 세계적 연출가 피터 셀러스가 만든 작품이다. 올해 베를린.뉴욕.빈에서 초연된 존 애덤스의 신작 오페라 '꽃피는 나무'에서 주역을 제안받았으나 도저히 내키지 않아 포기했다고 한다. 신체 노출이 심한 러브신이 25분간 계속되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글=이장직 음악전문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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