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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REALESTATE] 땅값 부풀린 한마디 신도시…광주·과천·광명·시흥·용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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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임야와 논.밭이 대부분인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 일대. 별다른 개발이 없어 몇 년째 꿈쩍 않던 이곳 땅값이 최근 뛰고 있다. 두 달 전 평당 50만~60만원에 살 수 있었던 논이나 밭이 지금은 그 두 배인 평당 100만~130만원에도 사기 힘들다. 모현면 W공인 관계자는 "이 일대가 '신도시 예정지 1순위 후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땅을 사겠다는 사람이 하루에 30~40명씩 찾는다"며 "주인들도 매물을 거둬들여 부르는 게 값"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 상반기 수도권에 분당급 신도시 건설 계획을 발표키로 한 가운데 신도시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지역에 투기 바람이 불고 있다. 이들 지역의 땅이나 집을 사려는 사람들이 몰려 부동산 가격을 들쑤시면서 후유증이 만만찮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10월 말 인천 검단 신도시 외 추가 신도시 계획을 발표한 뒤 후보지로 거론되는 지역은 5~6곳. 추가 신도시는 강남을 대체할 만한 곳으로 예상되는데 대부분 수도권 남부권이다. 광주시 오포읍.초월면.실촌면 일대는 지난달 말부터 매물 품귀 현상을 보이며 평당 30만~40만원인 임야 가격이 40만~50만원으로 올랐다. 실촌면 영진공인 이종길 사장은 "분당에서 가깝고 평지가 많은 데다 제2영동고속도로도 지날 예정이어서 신도시로 이미 결정됐다는 말이 돈다"고 말했다.

강남에서 가까워 신도시 계획 발표 때마다 빠지지 않고 거론되던 과천시 갈현.문원동 일대와 광명시 가학.노온사동, 시흥시 무지내.과림동 일대 등도 마찬가지. 한두 달 전 평당 100만~150만원에 팔리던 갈현동 논.밭이 지금은 200만~300만원대를 호가한다. 광명시 도로변 땅값이 10월 말 평당 350만원 안팎에서 400만~500만원으로 껑충 뛰었다. 광명시 소하2동 33공인 전유창 사장은 "주인들은 신도시 기대감에 땅값을 올리고 매수자들은 신도시 개발 지역에 포함될 경우 나올 보상을 노린다"고 말했다. 외지인 거래를 규제하기 위한 토지거래허가제를 피하기 위해 근저당 설정 등 편법도 적지 않다고 부동산중개업소들은 전했다.

집값도 꿈틀댄다. 용인시 포곡면에서 한 달 전 6000만원 하던 30평형 빌라가 1억원까지 올랐다. 광명시에서는 가학동에서 가까운 광명동 한진타운 33평형이 3억4000만~3억5000만원으로 한 달 전보다 3000만~5000만원 올랐다. 용인시 프린스공인 안승진 사장은 "신도시 개발 지역에 주택이 있으면 신도시 입주권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여 집을 사두려는 것"이라며 "주변 지역 주택들은 신도시 후광 효과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소문에 부동산 시장이 혼란스러워지고 개발에 앞서 땅값이 급등해 개발비용이 크게 불어날 것이란 우려가 크다. 개발비용 증가는 주택 수요자 부담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수백만 평의 신도시 개발은 파급력이 크기 때문에 주변에 미칠 여파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확정되기 전 신도시 계획을 미리 흘리는 것은 시장 혼란만 가중시킨다"고 말했다. 토지정보업체 다산서비스 이종창 사장은 "신도시 개발지로 확정되면 수용되는데 짧은 기간에 급등할 경우 보상금이 시세보다 못할 수 있고 탈락 지역은 가격이 내릴 것"이라며 "입주권도 확실히 보장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덩달아 매수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조철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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