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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라!논술테마] 영역별로 짚어 보는 저출산 위기…역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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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현상은 현대 사회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류 역사에서도 종종 나타났다. 대표적인 게 로마의 사례다. 기원전 1세기 말 로마에서는 자식을 적게 낳는 풍조가 만연했다. 아우구스투스(기원전 63~14) 시대에는 아예 결혼조차 하지 않는 사람이 많았다.

로마는 당시 경제적으로 많은 부를 쌓았고 계속 번영했다. 그래서 모든 일을 노예에게 맡기고 쾌락에 몰두했다. 출산의 고통과 양육의 책임을 지지 않으려 했던 것이다.

결국 기원전 18년 아우구스투스는 '간통과 혼외 정사에 관한 율리우스 법'과 '정식 혼인에 관한 율리우스 법'을 만들었다.

이에 따라 25~60세의 남자와 20~50세의 여자는 결혼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특히 독신 여성은 소득의 1%를 독신세라는 명목으로 국가에 바치도록 했다. 50세가 넘으면 어떤 상속권도 인정받지 못하게 했다.

개인의 선택이 공동체의 존립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면 공동체가 개인의 선택을 강제하게 된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탈리아의 독재자 무솔리니(1883~1945)가 집권한 시기에도 저출산을 문제 삼았다. 25~30세의 독신 남녀에게 연간 3파운드, 30세 이상에게는 2파운드의 독신세를 부과했다.

초기 식민지 시대에 미국의 메릴랜드주 의회도 19세 이상 독신 남녀에게 연간 5실링의 세금을 물렸다. 결혼을 통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다.

출산은 일차로 개인의 선택 문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개인을 우선하는 선택만 한다면, 사회 문제가 되고 만다. 극단적인 경우 국가의 소멸로 이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개인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더라도 그것이 다음 세대에 부담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진행되는 저출산 문제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개인의 가치관을 우선하고 공존의 가치를 배제하는 사회는 건강하게 지속될 수 없다. 개인과 공동체 모두에게 권리와 책임이 수반되는 가치관이 공존할 때라야 사회는 건전하다. 이제 공동의 책임을 생각할 때다.

최숙희(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생각 플러스:국가가 체제를 원활하게 유지하기 위해 출산율을 정책적으로 조절하는 행위는 개인의 자유권을 침해하는 것인지 판단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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