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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이번 주 토론주제인「중앙박물관 철거여부」에 대한 독자투고는 모두 1백22통(철거75, 보존47)이 접수됐습니다. 이 중 철거 4통, 보존 3통의 내용을 소개합니다.

<오래 전에 없어졌어야>
서중석<전남 장성군 장성읍 청운동>
일제의 사슬에서 풀려난 지도 어언 반세기가 되었다. 결코 짧지 않은 세월이다. 암흑과 같던 36년과 비교해 보면 참으로 긴 연륜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교활한 왜인들이 민족정기를 말살시키기 위해 계획적으로 축조해 놓은 건물 아닌 대 일본 조형물을 아직까지 그대로 그 자리에 모셔 놓고 있다는 것은 만시지탄도 유분수다.
더군다나 이조 오 백년 동안 국왕이 거처했던 유서 깊은 궁궐의 융자를 그 정면에서부터 폐색시키고 반감시키는 부조화의 건물을 그대로 방치해 둔다는 것은 선진국 진입을 눈 앞에 둔 국민의 자존심상으로 보나 후세대의 교육적 측면에서나 정녕 있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
오래 전에 없어져야 했던 부조리·부조화의 잔재가 지금까지 남아 있고 나아가 정신적인 친일문화가 아직까지 도태되지 않고 계속 건재해 있기 때문에 작금과 같이 민족정기도 중심도 없는 어수선한 사회상이 야기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왜인업적 기리는 인상>
김태진<경기도 안양시 안양5동>
국립중앙박물관을 단호히 철거할 것을 주장한다. 그 이유로 첫째 사학자가 증언하듯 대 일본이라는 구도적 조형의 일부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새 주인집에 옛 약탈자의 문패가 달려 있는 골이다.
둘째 위치와 규모가 마땅치 않다. 주위상황으로 볼 때 최적의 자리에 정하고 있어 배치의 균형 미와 건물자체의 기하학적 구도미가 있다고 해서 방치해 둔다면 도대체 왜인의 업적을 기리려는 것인지 의아해진다.
왜인들이 보면 회고적 우월감을 내심 유발하리라는 생각에 미치면 자조 감 마저 든다. 반성적 교육용이라면 변두리로 이전해야 한다.
셋째 전통적 궁궐문화 유산을 후손에 남길 경복궁을 복원할 장소이므로 그 자리는 반드시 비워야 한다.
그 자리에 동양식 목조건물예술의 극치 미를 재생시켜 역사적·학술적 가치를 살려야 한다. 일본 식자간에도 약탈의 상징이었던 옛 총독부 건물을 방치하고 있는데 대해 의아해 하고 있는데 우려 스스로 치욕의 상징을 보존한다는 것은 독립운동을 위해 목숨을 버린 선조 들을 욕보이는 처사가 아니겠는가.

<왜인업적 기리는 인상>
김성한<서울 종로구 수송동>
최근 정부의 경복궁 복원 계획은 그 취지가 민즉 정통성과 민족의식의 고취로 충효 정신의 함양, 상실되어 가는 도덕성 회복을 통한 정의사회의 구현인 것이다.
그런데 그러한 경복궁 복원계획에 일제 때 조선총독부 건물로 사용된「현 중앙박물관건물」의 존폐가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에 어리둥절하다.
경복궁 복원은 민족적인 자긍심을 갖고 도약하자는 것이지 식민지 통치의 상징적 건물인 옛 조선총독부의 보전을 통한「역사적인 산 교육장」이라는 단순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대한민국 수도 한가운데에 민족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옛 조선총독부건물이 아직까지 존재한다는 것은 산 교육적 목적을 넘어 민족적 반감과 불신을 유발시키는 동기부여의 계기가 되는 것이며, 민족적인 수치심만 느끼게 하고 후손들의 신 사고에 역행하는 것이라 본다.
또 일본인이 서울에 와 옛 조선 총독부 건물을 보면서, 그들이 과연 침략자로서 반성하는 계기가 될지, 정복자로서 자만심을 가지는 망상을 갖지나 않을지 염려된다.

<일제잔재 청산은 당연>
이기호<경기도 부천시 남구 송내1동>
중앙박물관 철폐의 당위성은 일체가 왜 침략 벽두부터 도성의 왕궁과 성곽을 애써 부쉈는지를 살펴보면 금방 이해될 것이다. 그들은 6백년 역사에 응집된 우리 한국인의 얼을 말살시키기 위한 첫 단계로 경복궁을 헐어 그 자리에 총독부 건물을 세우고 도시계획을 빙자, 성곽을 헐어 버리지 않았던가.
따라서 경복궁을 복원하고 중앙박물관을 철거한다는 것은 단순히 옛 왕궁의 재현이라는 복고적인 행사로 그 의미가 축소될 수는 없다. 이는 악랄했던 일제의 망령에서 벗어나게 해줄 뿐 아니라 일제 침략에 의해 훼손된 우리 민족의 정통성을 되살릴 수 있는 의미 또한 크기 때문이다.
이러한 정부의 의도는 단순히 새 관광명소나 복고적인 왕궁의 재건이 아닌 우리의 민족정기와 자긍심의 복원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반만년 조상의 열이 깃들인 소중한 문화재를 민족수탈의 상징인 조선총독부 건물에 어찌 보관·전시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중앙박물관의 철거 방침은 일제의 잔재경산과 민족정기의 확립을 위해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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