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일적 입시」고쳐야 합니다"|서장석 박사<전 경기 고교 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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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전 경기고 교장 서장석 박사(68·법학·서울 대치동 선경아파트 4동 1003호)는 1주일에 네 차례 대학의 시간 강사로 출강하며 주말에는 교회 신자모임을 지도하는 등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양대와 아주대에서 법제 사·법사상사·법철학 등을 강의하는 그는「즐거운 마음으로」 가르친다.
지난 47년 서울대 법대 졸업직후 교육계에 투신한 그는 52세 때인 75년에 한양대 대학원에 입학, 시사를 거쳐 6년만에 법학 박사 학위를 받은 만학 도이기도 하다.
경기고 교장, 서울시 부교육감, 서울 교대학장, 서울 YMCA 이사장 등을 역임한 서 박사는『가르치면서 배우는 일은 내 천직』이라며 시간 강사직에 만족한 표정이었다.
-3시간 짜리 강의를 1주일에 네 번이나 하시기가 힘드시지 않습니까.
▲지난해엔 매주 한양대에 두 차례, 아주대에 세 차례씩 출강했는데 올해에는 한번을 줄인 겁니다.
내 나이에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지만 힘들어서 못할 때까지는 계속하고 싶습니다.
-81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바로 강사로 나서서 이화여대·단국대·서울교대 등에 출강하셨지요.
▲한양대에서 학위를 받았으니 품앗이 격으로 거기서 법철학·법사상사·법제 사 등 강의를 맡기 시작했지요.
법대에서 인기과목은 헌법·민법·형법 등 소위 고시과목이고 대개 그 과목들을 맡아 전문가가 되려고 들 하지요.
내가 맡은 법철학·법제 사 등은 비 인기 과목인 셈입니다.
그러나 나는 이런 기초법학 분야에서 법의 본질을 따져 보고 변천경로를 훑어보면서 역사의 흐름 속에 내일의 전망을 얻는 일에 만족합니다.
-목요일까지는 강의와 강의 준비로 매일 바쁘시겠군요. 주말에는 어떤 활동을 하십니까.
▲내가 상동교회 장로니까 일요일엔 교회에 나가고 금요일엔 신자들 모임의 지도자 일을 봅니다.
교인들이 모여 의견교환을 통해 유대를 강화하고 성경공부도 하는 소그룹 운동입니다.
내가 지금도 선생이니까 그런 모임에서도 강의하지요.
-서울YMCA와 와이즈 맨 클럽에도 관여하고 계시지요.
▲YMCA는 내가 20년 넘게 이사장을 했고 지금도 이사로 있으니 이사회와 각 분과위에도 참석해야 하지요.
YMCA를 지원하는 친목봉사 단체인 와이즈 맨 클럽에는 내가 87년까지 중부지구 총재를 지냈으니 한 달에 한차례는 그 모임에도 나갑니다.
청소년 연맹 이사, 보이스카우트 서울연맹 고문에다 최근에는 대한 노인회 중앙회 감사까지 맡았으니 안 바쁠 도리가 없지요.
앞으로 이런 명예직들은 후배들에게 물려줄 생각입니다.
-명문 경기 중-고에서 88년이나 교장을 하셨고 88년엔 현대고교 교장도 하셨으니 잘되는 것을 보는 보람이 있으시겠습니다.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많고 출세는 못했어도 성실히 사는 모습들을 보게 되면 이게 교육자의 보람이구나 하고 느낍니다.
지난 겨울엔 경기고 제자들 초청으로 한 20일 미국여행도 했으니 선생 노릇한 덕을 본 셈입니다.
-대학 졸업직후인 지난 47년 양정고보에 공민 선생으로 발을 디뎌 88년 현대고등학교 교장까지 40여년을 교육계에 계셨습니다.
학생 법죄 범람, 치맛바람, 입시위주 교육 등 오늘날 교육계의 산적한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보십니까.
▲교육을 더 받은 사람들이 더 훌륭한 삶을 살면 사회적으로도 교육의 보람이 있는 것이고 그게 전인교육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전인교육을 하기에는 학급당 학생수가 너무 많은데다 자질과 사명감이 뛰어난 교사를 확보하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우리 교육제도도 학생 각자가 자신의 소질에 맞는 방향으로 뻗어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니고 획일화 된 틀에 맞추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나도 인문고와 실업고에서 두루 교장을 맡아봤지만 학생들에게 의욕을 불어 넣어 주고 앞으로 세계에 대한 비전을 가지게 해 줄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합니다.
시급한 고교교육의 대책으로는 평준화에 의한 일률적 학생 배정 방식을 고쳐야 한다고 봅니다.
-고교 입시를 부활하자는 뜻이군요.
▲우리나라가 다른 분야는 자유 경쟁적인 자본주의 체계에 맞춰 운영하는데 유독 교육만은 획일적 통제로 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교육하는 측에서 학생 선발 권이 없다는 것은 문제입니다. 교육사업에 뜻이 있는 사람들은 많이. 있지만 이들의 의욕을 꺾으니 사립학교가 제대로 육성되기 어렵지요.
여러 해전 동양제일의 학교를 만들려는 의욕과 과감한 투자로 신흥 명문으로 떠올랐던 S고교가 평준화 때문에 기가 죽고 만 것 아닙니까.
이런 학교에서 우수한 교사를 많이 확보해 나름대로 특성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게 해야지요. <글=조현욱 기자·사진="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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