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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 종전… 세계경제 호전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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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몰고왔던 걸프전은 끝났다. 이에 따라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자못 높다. 저유가·저금리·저달러라는 신 3저시대의 도래를 성급히 점치는 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내업계는 엄청난 전후 복구사업이 그동안의 수출부진을 씻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걸프전 종전이 기대한 만큼 국내외 경제에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하여간 미국에 의한 세계질서 유지라는 팍스 아메리카나 시대가 도래했다. 이에 따라 세계 정치·경제는 상당한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다. 세계 경제전망과 중동특수,국내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 정리해 본다.<이석구기자>
◎유가 20불선서 안정세/자금수요 크게 늘어나 금리 상승/달러 약세… 연말 백25엔까지 예상
▷원유 및 원자재◁
대외경제정책연구원등 전문연구기관들은 국제유가가 한동안 배럴당 15달러내외(석유수출국기구 평균유가기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쟁중에도 원유가 남아돌던 상황에서 종전으로 유가상승의 심리적 불안마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또 석유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들고 선진국의 비축량(96일분)도 충분하다. 게다가 종전후 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쿠웨이트 등이 전후 복구비용 마련을 위해 증산할 가능성도 크다.
그러나 이러한 저유가는 오랫동안 지속되지 않고 다시 상승,배럴당 18∼20달러선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선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가 지나친 저유가를 막기 위해 다시 생산감축에 나서고 이라크·쿠웨이트의 원유생산 재개가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기 때문이다. 실제 다음달 11일로 예정된 석유수출국기구회의를 앞두고 유가가 조금씩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영국 등도 지나친 유가급변은 경제의 혼란과 불확실성만 초래한다는 과거의 경험을 되살려 유가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려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사우디가 국제유가를 배럴당 20달러선에서 유지키로 묵시적인 합의를 했다는 외신 보도도 있다.
국제전문기관들은 비철금속·공업용농산물 모두의 가격하락을 예상하고 있다. 이중 원면은 미국의 재배면적 확대로,양모는 호주의 과잉생산으로,원당은 서유럽 및 브라질의 생산호조로 가격하락폭이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맥·대두·옥수수 등 곡물 가격도 미국·남미 등 생산국의 공급량이 원활할 것으로 보여 하락세가 예상된다.
▷국제금융시장◁
80년대 국제금융시장은 자금공급 초과현상을 나타냈었다. 그러나 90년들어 자금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자금공급은 줄어 오히려 자금수요가 초과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종전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경제기획원에 따르면 자금수요면에서 볼 때 금년중 소련·동구권의 경제개혁에 2백50억달러,독일통일에 따른 구동독지역의 경제개발에 4백30억달러가 각각 필요하다.
또 걸프사태 이후 유가상승에 따른 비산유국의 국제수지보전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
와튼계량경제연구소(WEFA)는 미국 재정적자가 부실금융기관에 대한 구제금융과 걸프전비 때문에 올해 3천1백80억달러(90년 2천2백4억달러)로 대폭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밖에 미일 구조조정협의에 따른 공공투자확대(10년간 3조달러)로 일본의 자금수요가 늘고 쿠웨이트·사우디 등의 복구사업에도 엄청난 돈이 필요하다.
이처럼 각국의 자금수요는 늘고 있으나 국제금융시장의 주된 자금공급원인 일본·독일·산유국의 자금사정은 좋지 않다.
일본은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89년 5백68억달러에서 금년에는 3억달러로,독일은 5백55억달러에서 2백79억달러로 각각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석유부국 사우디아라비아도 돈을 빌리는 형편이다.
▷금리 및 환율◁
미국 경제가 침체국면을 맞고 있으나 그렇다고 경기회복을 위해 금리를 인하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미국 금리는 80년대중 일본이나 독일보다 2∼3%포인트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89년 이후 독일과 일본의 금리인상과 미국의 금리인하로 현재는 미국의 금리수준이 이들 국가보다 오히려 낮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 금리만 하락될 경우 미국내에 있는 일본 및 유럽자금의 유출과 달러화의 급격한 하락을 가져오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독일과 미국의 물가상승률 차이를 감안할 때 현재 마르크화표시 자금에 대한 실질이자율은 달러화표시 자금에 비해 3%포인트 정도 높은 실정이다.
따라서 선진국의 협조적 금리인하 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한 미국 재할인율의 추가적인 인하는 어렵다. 오히려 하반기에 미국의 경기회복 움직임이 분명해질 경우 미 연방 준비은행의 금리인상 가능성도 있다.
한편 작년 8월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후 달러화는 잠시 강세를 보였으나 걸프전쟁 발발후 원유가 하락과 미국의 저금리 등을 반영,최근에는 크게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와튼경제연구소는 금년말 미 달러화의 대 엔화 환율이 달러당 1백25∼1백30엔,대 마르크화 환율은 달러당 1.45∼1.48마르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력 약화… 본격 회복 어렵다 한국/하반기 회생… 성장률 예상 웃돌아 미국/물가 안정세로 경기 되살아날 듯 일본
▷한국경제◁
지난 2월까지 국내경제는 걸프전의 여파로 국제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고물가가 지속됐다.
지난 2개월동안 무역수지 적자가 33억8천5백만달러(통관기준)에 이르고 소비자물가는 두달동안에 3.5%나 상승했다.
걸프전 발발 이후 백화점 매출은 전쟁전보다 25%나 줄어드는 등 내수경기도 상당히 위축돼 왔다.
이같은 상황에서 걸프전이 끝나 국제유가가 낮은 수준에서 안정되고 미국등 주요 선진국의 경기가 다소 나아질 전망이므로 앞으로 국내 경제에도 플러스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우리 경제가 안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즉 약화된 국제경쟁력의 회복이 없이는 본격적인 회복세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의 경제운용방향 역시 물가안정을 우선으로 하는 긴축정책쪽으로 나가고 있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이하로 떨어진다 해서 국내유가를 인하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걸프사태후 원유를 비싸게 들여와 국내에 싸게 팔아온 정유회사의 손해를 보전해줘야 하는데다 에너지소비를 계속 억제해야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높은 임금수준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로 걸프 전후에도 국내경제는 본격적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내다보고 있다.
경제기획원은 지난해말 경제운용계획을 짤때보다 유가가 하락하고 세계 경기둔화가 완화되는 등 몇가지 밝은 요인이 생겨 올해 성장률이 정부의 당초 예상치(7%수준)를 약간 넘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한 시각을 두고 「낙관론」으로 전환했다고 못박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정부는 주장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7.0%에서 7.4%로,삼성경제연구소는 당초에 전망했던 6.6%에서 7.0%로 조금씩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한편 걸프전이 끝나 우리의 수출은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걸프지역에 대한 수출은 물론이고 운송비 부담으로 다소 주춤하던 유럽지역에 대한 수출도 다시 활기를 띨 것이다. 또 소·동구지역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되고 교역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정부는 올들어 큰폭으로 늘어나던 경상수지 적자는 유가하락으로 2·4분기부터는 균형을 이뤄 연간 30억달러의 적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은 경상수지 적자를 32억달러,삼성경제연구소는 35억달러가 될 것으로 전망해 정부보다 다소 높게 보고 있다.
경제성장이나 국제수지에 비해 물가전망은 아직 어둡다.
정부는 2·4분기부터 물가급등세가 한풀 꺾여 연말 한자리물가 유지가 가능하다고 분석하고 있지만 도처에 물가를 부추기는 복병이 도사리고 있다.
걸프전 종결로 소비와 투자를 억제해왔던 심리적 불안이 풀려 움츠렸던 소비지출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기초·광역의회 분리선거에 따른 선거자금 증가,선거운동원의 대거동원에 따른 인건비증가도 물가를 부추길 것이다.
▷미국 경제◁
걸프전의 조기종결로 미국경제가 하반기부터 서서히 기지개를 켤 것으로 보인다.
와튼경제연구소는 미 경제가 1·4분기까지는 마이너스성장을 하고 실업률도 높아질 전망이나 하반기부터 회복돼 연간 1.8%(당초 1%전망)의 실질성장을 이룰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수지는 달러화 약세·중동특수 등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여 상당히 개선될 것으로 전망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0년의 5.4%에서 올해는 3.9%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90년 5.5%였던 실업률은 건설업·연방정부·제조업의 고용감소로 6.2%가 될 것이라고 와튼경제연구소가 밝혔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걸프전이 끝나기 전인 지난 1월 미국 경제가 올해 마이너스 0.3%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었다
한편 일본의 노무라종합연구소 역시 미국의 경기후퇴는 단기간의 침체로 끝날 것으로 보고 있다.
1·4분기까지는 마이너스 성장이겠지만 2·4분기에는 현상유지,하반기부터는 회복국면에 돌입한다는 것이다.
노무라연구소는 걸프전 참전용사들이 귀환하면서 나타난 축제무드가 움츠러들었던 개인소비를 자극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리적인 소비증가가 경기를 부추긴다는 것이다.
이밖에 1천억달러 이상이 될 전쟁복구특수의 대부분을 미국 기업이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미국 경기는 상당한 자극을 받을 것이다.
▷일본 경제◁
노무라연구소는 일본의 물가가 다시 안정을 되찾고 경기가 둔화되긴 하지만 둔화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떨어질 것으로 예측했다.
지난해 5.9%의 실질성장을 이룩했던 일본 경제는 성장이 다소 둔화되지만 올해도 3.5∼4%의 고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은행이 유가하락에 따른 인플레위협 감소로 상반기중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있다.
이 연구소는 엔화 강세·달러화 약세가 지속돼 연말에도 달러당 1백20엔선까지 엔화가 강세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소비자물가는 90년의 3.2%에서 금년에 3.1%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편 와튼경제연구소는 노무라연구소보다 다소 높은 4.1%의 경제성장을 전망하고 있다.
소비자물가의 경우 유가하락과 엔화강세에 따른 인플레압력 완화로 2.4% 상승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걸프전 이후 한국경제 전망
KDI 삼성경제연구소 대우경제연구소
경제성장률(%) 7.4 7.0 6.7
소비자물가(%) 9.7 8.5 9.5
경상수지적자(억달러) 32 35 38
국제유가(달러/배럴) 18 2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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