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벼랑으로 몰린 후세인정권/폭동 진압할 군 통솔력 의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반정부 시위에 미 개입 여부가 관심
이라크 정정이 심상치 않다.
지난 1일 이라크 남동부에서 격화되기 시작한 반후세인 시위가 점차 전국으로 확산,사담 후세인정권이 심각한 저항에 직면해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이라크내 소요사태에 관한 보도는 주로 피난민들의 목격담이나 반후세인 단체들의 주장에 의존하고 있기때문에 구체적 진행양상 및 그것의 후세인정권에 대한 위협이 어느정도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까지 전해진 반정부 폭동은 크게 3개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첫째는 첫 시위가 발생한 이라크 남동부 바스라시를 중심으로해 중부지역 카르발라시까지 시위범위가 북상하면서 점점 번져가고 있다는 보도다.
이 와중에 후세인의 장남이자 바스라주 지사인 우다이 후세인의 피살설이 전해졌으며 폭동은 이 지역의 최소한 8개 도시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둘째는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시에서도 대규모 반후세인 시위가 발생했다는 이라크인 피난민들의 4일 전언이다.
셋째는 이라크 북부 터키 접경지역에 거주하는 쿠르드족 반군들이 이라크 보안군에 대한 공격에 나섰다고 주장한 것이다.
이들 전언이 사실대로라면 사담 후세인은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대들 속에서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해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말린 피츠워터 미 백악관 대변인은 소요지역 상황이 『심각하다』고 확인하면서 『이는 이라크내 반정부세력의 정도를 보여주고 있으며 「전에 없던」 후세인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회있을 때마다 「이라크국민들에 의한 후세인 타도」를 외쳐온 미국이 이들 반후세인 폭동과 연관있는지 여부는 현재로선 확인할 길이 없는 상황이다.
피츠워터 대변인은 그러나 『우리는 이 상황이 의미하는 바를 주시할 것』이라면서 내심 미국의 의도대로 진행되길 바라는 표정을 짓고 있다.
반정부 시위 초기단계에서 침묵했던 후세인정권도 시간이 갈수록 심각성을 인식,이자트 이브라힘 혁명평의회 부의장을 소요지역으로 급파,남동부지역 군지휘관의 동요를 막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재 바그다드시의 반정부 시위를 제외하고 남부나 북부에서 폭동을 일으키고 있는 주도세력은 원래부터 후세인정권에 반대했던 그룹들이다.
남부지역은 회교소수 수니파인 후세인의 지배에 목소리를 줄일 수 밖에 없었던 시아파 근본주의자 단체에 의해 이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테헤란에 본부를 둔 이 단체는 회교혁명최고회의(SAIRI)로 불리며 지도자는 모하메드 바크르 알 하킴이다.
이 시아파 회교도들은 모두 8백50만∼9백만명에 달하며 총인구의 55%를 차지하면서도 소수파인 수니파(27%)의 집권에 반감을 갖고 있는 터에 후세인의 패전을 계기로 본거지인 이라크 남부를 중심으로 폭동을 일으킨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북부의 쿠르드족 반군들은 4백50만명의 민족적 독립을 달성하기 위해 후세인정권과 무장투쟁을 벌여왔던 세력이다. 따라서 이들 두개 세력은 패전으로 후세인의 입지가 취약해진 틈을 타 반후세인 폭동의 최전선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후세인이 이들의 폭동을 진압할만큼 아직도 군통솔력을 갖고 있는 지는 불투명하다.
후세인은 우선은 공화국수비대를 동원해 남부지역 소요사태 진압에 나서는 한편 바그다드시 경비를 위해 터키접경지역 7천여명 병력을 이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후세인의 폭동진압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들 반후세인 세력이 점차 번질 경우 이라크가 친후세인,시아파,쿠르드족들 간의 각축속에 내란에 들어갈 가능성도 지금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다.<박영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