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패스트푸드 규제 검토해볼 만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8년부터 패스트푸드 광고를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또 교내 매점에서 음료수 판매를 제한하고 어린이가 알기 쉽게 트랜스 지방이나 열량.당.나트륨 등의 영양성분을 표시하도록 권고하기로 했다. 식의약청이 내놓은 '어린이 먹거리 건강.안전 로드맵'의 주요 내용이다.

최근 아동비만 인구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번 대책이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아동비만은 성인 못지않게 심각하다. 지난해 서울시내 초.중.고교생 비만율이 12%로 20년 새 서너 배 늘었다. 가장 큰 원인은 패스트푸드다. 초등학교 6학년의 절반가량이 일주일에 한두 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는다. 고교생도 25%에 달한다.

애들을 나무랄 수도 없다. 애들이 학원을 뺑뺑이 도느라 제대로 챙겨 먹을 시간도, 운동할 시간도 없다. 주변에는 지방 함량이 많은 인스턴트 식품(정크푸드) 가게들이 널려 있다. 패스트푸드점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게 일상화됐을 정도다. 그런 탓에 식의약청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의 절반 이상이 어린이 먹거리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다.

아동비만은 미래의 문제이기도 하다. 비만 어린이 세 명 중 한 명꼴로 어른이 돼서도 비만이 된다. 패스트푸드 광고를 30분 보면 비만지수가 1% 증가한다는 미국의 연구결과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아동비만은 성인까지 이어지고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성장 과정에 큰 부담을 준다"고 경고한다.

선진국은 이미 규제의 칼을 빼 들었다. 미국 뉴욕시는 패스트푸드점을 포함한 식당들이 트랜스 지방이 든 음식을 팔지 못하게 했다. 영국은 패스트푸드에 비만세를 부과하고 정크푸드 방송광고를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단번에 제한하면 업계 등에 미치는 충격이 너무 클 수도 있다. 우선 어린이가 많이 보는 시간부터 패스트푸드 광고를 제한하다 늘려 나가는 식으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릴 때부터 패스트푸드.탄산음료 안 먹기, 군것질 줄이기, 학교 걸어다니기 등의 영양 교육을 시키는 게 가장 좋은 대책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