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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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차를 타고 가다가 길에서 죽음을 당하는 것은 참으로 억울하고 처참한 일이다. 차를 운전하는 본인 뿐 아니라 가족의 운명까지 바꾸는 죽음이기에 더욱 한이 서리게 마련이다. 이처럼 영원한 운명 전환의 순간으로 운전자스스로가 바짝 다가서는 행위가 음주운전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하는 운전자는 본인이 이미 아니고 주신이다. 주신은 행운의 여신을 짓눌러 버려 운전자를 타계로 몰고 가게 한다.
음주운전이 계속 성행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음주운전이 가져오는 엄청난 피해에 대해 인식을 못하는 운전자가 많은 것처럼 보여진다. 우리 나라는 지난해 11월2일부터 도로 교통법을 개정해 음주 운전자 처별을 강화시켰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혈중 알콜 농도가 0.05∼0.15%일 때 50만∼1백만원, 0.l6∼0.25%는 1백만∼2백만원, 0.26∼0.35%는 2백만∼3백만원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했고, 0.36%이상은 전원 구속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이 강화된 기준에도 아랑곳없이 음주운전은 좀처럼 없어지지 않고 있다. 음주운전이 살인 예비 음모임을 생각할 때 음주운전 처벌법을 현재보다도 대폭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외국의 경우 우리보다 일반적으로 강한 처벌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은 단 한번의 음주운전만으로 최고 3년까지 면허가 정지되며, 2차 위반시에는 운전 면허의 영구 취소와 함께 최고 3년간 수용원에서 교정 교육을 받아야 한다. 불가리아는 1차 적발시는 훈방 조치되나 2차 적발시는 교수형까지 처할 수 있는 엄한 법을 집행하고 있다.
미국의 음주운전 처벌 내용은 적발 횟수가 많아질수록 무거워진다. 주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보편적으로 처음 적발된 운전자는 면허 정지 6∼1개월, 벌금 2백50∼4백 달러, 구류 30일 처분 외에 교육비 1백80달러를 내는 1∼2일의 순화 교육을 받아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처벌을 병행하고 있다.
한편 일본은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은 그 정도에 따라 「주취 운전」과 「주기운전」으로 구분하는데 「주기운전」은 혈중 알콜 농도가 ℓ당 0.5g이상인 경우에 해당하며 「주취 운전」은 운전이 도저히 불가능한 상태를 말한다. 주취 운전으로 적발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만엔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나 심하면 즉각 구속된다. 주기운전은 3개월 이하의 징역 또는 5만엔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서 소련·미국보다는 처벌이 미약한 편이다.
이들 외국에 비하면 우리의 음주운전 처벌 기준이 아직도 약하다. 정부는 사회적으로 만연된 「음주 살인」의 방지와 건전한 자동차 문화 정착을 위해 음주운전 처벌 규정을 더욱 더 강화시켜야 하며, 운전자는 음주운전을 자제하는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본다. 원제무 서울시립대 교수·도시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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