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가은이의 두근두근 청심국제중 입성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여성중앙지난해 개교한 특목중 청심국제중학교의 2007학년도 입학 경쟁률은 52 대 1로 작년보다 2배 이상 치솟았다. 초등학생 입시 경쟁을 부추긴다는 우려도 있지만, 일반 학교와 다른 특별한 교육을 시키고자 하는 엄마들에게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곳. 올해 합격 관문을 넘은 조가은양에게 실제 입학 과정을 자세히 들어봤다.

경기도 가평군에 위치한 청심국제중학교는 전원 기숙사 생활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영어로 수업하는(국어와 국사는 제외) 중학교. 지난해 문을 연 신설 학교임에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초등학생과 학부모들 사이에서 관심이 뜨거운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1988년 개교한 부산국제중학교도 있지만 이곳은 영어 시간을 제외하고는 전부 우리말로 수업을 진행한다.

청심국제중학교는 설립 당시부터 청심국제고등학교와 연계한 6년 교육 과정을 염두에 두었기에 영어로 수업이 이뤄진다는 것에 전체적인 커리큘럼은 일반 중학교와 동일하다. 학급당 학생 수는 25명이고 여기에 한국인 교사 2명과 원어민 교사 1명이 배치된다. 영어 수업의 경우 두 학급을 합친 뒤 이를 다시 수준별 5개 그룹으로 나눠 10명을 한 반으로 묶어 진행한다.

지난해 합격생을 보면 전체의 46%가 1년 이상의 외국 체류 경험을 갖고 있었다. 교수나 상사 주재원인 부모를 따라 외국에서 살다 온 경우가 가장 많다고 한다. 한국어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학생들이 많은 만큼 교사들도 치열한 전형 과정을 거쳐 선발한다. 전체 교사 44명 중 석ㆍ박사 학위 소지자가 반을 넘고 외국 국적 소지자 13명, 원어민 교사도 8명이나 된다. 채용 과정에서 영어로 공개 수업을 해 원활한 수업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교사는 아예 면접조차 보지 않을 정도로 철저히 검증된 교사들이다. 학생의 경우 지난해 필기고사를 치른 것이 문제가 돼 올해는 1단계 서류 전형, 2단계 심층 면접만으로 합격자를 뽑았다. 올해 영어 우수자 특별 전형으로 합격한 조가은양(13ㆍ영훈초 6)은 “평소 개념에 충실한 공부를 했고, 면접에서 자신감 있게 표현할 수 있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서류 전형은 정성 들여 쓴 자기소개서와 공인된 영어 점수가 좌우
재학생과 올해 지원자 중에는 외국 체류 경험이 없는 학생들도 많지만, 국내파 역시 영어 실력이 해외파에 못지않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말하고 쓰는 데 어려움이 없는 정도의 실력이어야 수업을 따라갈 수 있기 때문. 가은이는 사립인 영훈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기본적으로 이머전 교육을 받아왔기에 영어에 자신감은 있었다. 여기에 3~4학년 때 유학을 간 엄마를 따라 1년 4개월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학교를 다녔던 경험이 시너지 작용을 해 텝스(TEPS)도 826점을 받을 만큼 탄탄한 실력을 갖추게 됐다.

“서류 전형에서는 아무래도 공인 영어 점수가 중요했던 것 같아요. 미국에서 4년 넘게 거주하다 와서 영어에 능통한데도 공인 점수를 내지 않아서 떨어진 학생도 봤거든요. 그 밖에 수상 실적과 자기소개서도 중요한데, 가은이는 5학년 때 임원을 하며 기른 리더십 내용과 교육청 주최 글짓기 우수상, 외부 논술대회 입상, 그리고 수학 우수자로서 미국 버클리대 교육대학원 영재캠프 수학 부문에 참가했던 경력 등을 제시했어요. 자원봉사 경험은 모두들 기본으로 적었더라고요.”

자기소개서는 지원 동기, 영어 실력, 장래 희망, 잘하는 과목과 부족한 과목에 대한 설명, 장단점, 단점을 극복하는 방법 등의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학생이 자필로 작성하는 게 원칙이다. 엄마 조은경씨는 특히 공인 영어 점수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교육 안에서 영어 교육이 정착되어야 한다’라는 것. 가은이가 사립초등학교에서 받을 수 있었던 질 높은 영어 교육이 공교육에도 투영되어, 모든 학생들이 사교육 없이도 영어에 익숙해질 수 있는 환경이 속히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6차에 걸친 2박 3일 다단계 면접,
개념에 충실한 학습을 변별하는 창의사고력 테스트
면접은 3번의 영어 인터뷰와 수학, 과학, 통합교과 분야 인터뷰까지 총 6차에 걸쳐 2박 3일간 합숙 면접으로 진행된다. 지원 학생들은 모두 흰 티셔츠에 청바지로 복장을 통일하고 가슴엔 마라톤 선수처럼 번호를 붙여, 인터뷰 이동 시 멀리서도 수험생인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5명씩 그룹으로 보는 첫 번째 영어 면접을 제외하고는 원어민을 포함한 면접관 2~3명이 1 대 1 개별 면접을 진행했다.

“영어 인터뷰에서는 ‘기숙사 생활의 장단점’ ‘기술 발전이 미치게 될 영향’ ‘수도권 인구의 분배’ 등 일상적인 것과 사회 문제를 섞어서 1명당 2문제씩 질문을 받았어요. 사진을 보여주며 느낌을 살려 설명해보라는 것도 있었고요. 수학과 과학은 표와 함께 문제를 풀고, 그 과정을 면접관 앞에서 설명해보는 식으로 인터뷰를 했어요. 전체적으로 문제가 어려운 건 아니었는데 너무 긴장이 돼서 무섭기도 했어요.”

평소 자신감에 넘치던 가은이도 이날만큼은 초긴장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실제로 연습 땐 잘 하다가 면접관 앞에서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리는 바람에 한 마디 대답도 못하고 나온 학생도 많았다고 한다. 가은이는 초등학교 6학년답지 않게 면접 통과의 비결을 3가지로 뽑아 또박또박 짚어줬다. 우선 개념에 충실한 공부가 필요하다는 것. 수학ㆍ과학ㆍ통합교과 인터뷰 시간엔 어렵고 복잡한 문제를 풀기보다는 ‘원이란 무엇인가’ ‘정보화 시대란 말을 아는가’ 등 개념에 충실한 공부를 했는지가 기준이 되었기 때문이다. 둘째, 사고력 평가에서 합격점을 받으려면 평소 근거를 들어 조리 있게 설명하는 논리력을 키워야 한다. 가은이는 어려서부터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많이 가져왔고, 학교에서도 특히 읽기와 토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는데 이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자신감. 평소 아주 잘해왔다고 해도 실전에서 그걸 표현하지 못한다면 억울하게 떨어질 수밖에 없는 법. 면접 당일 자신감을 잃지 않고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잘 발휘하느냐가 당락을 좌우한다는 게 가은이의 생각이다.

<여성중앙 12월호>

팟찌기사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