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처리 금주내 결말/갈림길에 선 한보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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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철강」 경영권 유지되면 특혜시비 일듯/법정관리땐 주택조합원들 최대 피해
한보주택이 법정관리를 신청함에 따라 그동안 질질 끌어온 한보그룹의 처리가 금주중 결말이 날 것 같다.
그러나 이같이 계열사를 떼어서 처리하는 방식은 전례가 없을 뿐더러 경영이 부실한 한보주택을 정리해주고 알짜기업인 한보철강의 경영권을 정회장이 계속 갖도록 해주는 「특혜조치」가 된다는게 금융계의 시각이다.
한보주택이 법정관리,한보철강이 은행관리(또는 자금관리)에 드러갈 경우 한보주택에 대한 정태수 회장의 경영권은 배제되지만 한보철강에 대한 주주권은 계속 유지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법정관리기업의 경우 대주주의 주식이 소각처리됨으로써 주주권이 소멸되지만 은행관리기업은 회사측과 특별한 약정을 맺지않는한 은행측이 회사에 경영관리단을 파견해도 대주주의 주주권은 여전히 살아남는게 통례다.
한보주택의 경우 80년대 이후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려왔으며 작년에는 매출액이 5백여억원에 불과한데도 적자폭이 1백70여억원에 이르렀었다. 반면 한보철강은 정회장이 지난 83년 금호에서 인수한 뒤 처음에는 적자를 면치못했으나 89년 이후 건설경기 호황으로 흑자를 내기 시작,작년에 2백여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조흥은행이 한보주택만의 법정관리를 반대하는 것은 법정관리가 실시되면 은행이 자금지원을 해줘가며 기업을 살려야하나 한보주택의 경영상태로 보아 자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한보주택에 대한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고 부채가 동결되면 가장 큰 피해자는 3천3백60명의 주택조합원들이다.
물론 이들중 8백여명이 무자격자로 밝혀져 도덕적으로 비난을 받고 있지만 조합원들중에는 선의의 피해자들도 있는게 사실이다.
결국 한보가 어떤 식으로 처리되든 이는 기업을 살리기 위한 절차상의 문제일 뿐 이번 수서사건의 핵심은 정회장 및 가족의 경영권배제 여부에 달려있는데 정부가 『은행 스스로 할일』이라고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보철강에 대한 정회장의 경영권이 유지될 경우 여론의 화살은 정부에 돌려질 전망이다.<길진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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