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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사바국왕 복귀 “험난”/쿠웨이트 망명정부 귀환 잘될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민들 「나라뺏긴 무능」 비난/다시 집권해도 정치체제개혁 불가피
걸프전쟁이 끝나면서 쿠웨이트 망명정부의 본국 귀환과 관련,망명정부를 이끌던 셰이크 자베르 알 사바 국왕(63)의 복귀와 왕정체제의 유지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라크에 나라를 빼앗긴 과오에 대해 알 사바 국왕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이 큰데다 누가 쿠웨이트를 통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현실적으로 전후 복구사업 참여등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는 해방된 쿠웨이트에 기존 왕정외 어떤 다른 정부가 들어설 것인가에 대한 뚜렷한 시사가 없어 일단은 알 사바 국왕의 복귀가 이뤄질 것이며 이 체제가 일정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알 사바 국왕은 지난해 8월2일 망명후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원을 바탕으로 꾸준히 해방 쿠웨이트의 정통정부회복에 주력해 왔다.
알 사바 국왕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에 각각 국가재건계획을 수립하는 각종 방안을 구체적으로 연구해옴으로써 쿠웨이트 수복후 가장 유력한 정권장악세력임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쿠웨이트 국민들은 『알 사바 국왕체제의 무능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나라를 빼앗겼다』며 국왕을 비난하고 있어 왕정복귀는 적지 않은 장애를 만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쿠웨이트 해방의 주도국 미국역시 알 사바 국왕에게 민주주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부시 미 행정부는 심지어 현재 미국이 쿠웨이트에 주둔해 한시적으로 군정을 실시하는 문제와 함께 부시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새 세계질서」의 구도에 알 사바 왕가가 적합하느냐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6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쿠웨이트는 62년 아랍권에선 가장 민주적인 형태 헌법을 제정,서구식 의회제도와 입헌군주제로 출발했다.
그러나 86년 알 사바 국왕은 야당세력이 왕정에 대한 공격을 강화하자 그해 7월 칙령으로 헌법을 무효화시키고 의회를 해산,족벌체제로 독재를 계속했다.
지난해 8월 이라크에 나라를 빼앗긴 직후 6개 재야민주세력은 60명으로 구성된 「국민입헌전선」을 결성,알 사바 왕가에 대해 민주화개혁을 촉구했다.
그러나 알 사바 국왕은 지난 1월 이들과 회동,이들의 개혁요구를 수용하고 쿠웨이트 해방을 위한 공동전선을 펴기로 합의했지만 지난달 17일 걸프전이 발발하자 이들 재야세력과의 공동전선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그러나 알 사바 국왕의 전제왕정체제의 부패와 무능이 가져온 전쟁으로 그 어느때보다 큰 시련과 변혁을 겪은 쿠웨이트 국민들의 욕구분출로 왕정이 복귀하더라도 정치·사회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중동전문가들은 전쟁이 끝나기전 알 사바 국왕이 망명생활을 청산하고 합법적으로 복귀할 경우 부서진 왕궁이나 의사당의 겉모양만 복구하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인 정치체제 개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실제로 사우디정부는 최근 알 사바 국왕의 쿠웨이트내 인기하락과 관련,알 사바 국왕에 반대,외국에 망명한 반정부인사 32명을 규합,새 정부 구성 주도역할을 맡기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왕정이 망명한뒤 쿠웨이트 잔류 반이라크 저항세력들이 망명정부의 복귀를 순순히 수긍하느냐는 문제도 남아있어 앞으로 미국의 대응이 세계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자베르 알 사바 국왕대신 왕의 조카이자 총리인 셰이크 사드 알 압둘라가 민심수습차원에서 국왕으로 추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어 자베르 알 사바 국왕의 정치적 장래가 유동적임을 시사하고 있다.<이영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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