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전철사고 예삿일 아니다(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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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지난 1일 경인전철 오류역에서 벌어진 승객들의 역무원폭행 및 전동차·역기물 파손소동은 전철 이용시민들의 인내가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말해주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우리는 정부가 이번 사건을 범상한 사고로 치부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역무원을 폭행하고 공공기물을 파손한 시민들의 행동이 물론 옳지는 않지만 문제의 본질은 결코 시민들의 준법의식이나 시민정신의 결여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쌓이고 쌓인 불만에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부는 무엇보다도 그 근본원인의 제거를 위한 특별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만약 정부가 이번 사건을 대수롭지 않은 사건으로 보아 넘긴다면 현재 지하철 및 전철이 처한 여건으로 보아 유사한 사건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으며 그럴 경우 그 소동은 현재의 전반적인 사회불만과 맞물려 큰 사회적인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우리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은 그런데도 정부차원에서는 수도권전철이 안고 있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인천간 복복선,서울∼구로간 3복선 계획을 발표해놓고도 예산의 뒷받침이 없어 예정된 기간안에 완공이 어렵게 되었다는 보도가 그것을 말해준다.
이미 「지옥철」이란 별명이 붙은 수도권 전철문제는 서울시나 철도청이 단독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전철의 잦은 고장은 기본적으로 계속 늘어나는 이용인구에 비해 차량이 절대적으로부족한데 있다. 부족한 차량으로 승차수요에 맞추다보니 차량이나 전선을 정비할 겨를이 없는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특별예산과 대책없이는 안된다. 그동안에도 지난 1일의 사고와 유사한 사고가 여러번 발생했지만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또다시 같은 성격의 사고가 빚어진 것도 정부가 근본대책은 세우지 않고 그것을 서울시나 철도청의 관리상 문제로 치부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고때마다 승무원폭행과 기물파손과 같은 시민들의 난동이 빚어지는데는 서울시와 철도청의 서비스체제가 부실한데도 원인이 있다. 사고가 나면 시민들에게 사고원인과 운행예정 시간을 알려 시민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정도의 서비스체제는 갖춰야 한다. 그런 일조차 게을리하니까 시민들의 쌓인 불만이 난폭한 행동으로 폭발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정부차원에서의 특별대책에 맡기더라도 서울 지하철공사나 철도청이 나름대로 할 일은 해야한다. 안내원이나 정리원을 늘려 안전사고를 막고 예기치 않은 사고때 시민들의 질서있는 행동을 유도하는 일도 서울지하철공사나 철도청이 해야할 일이다. 앞으로 또 다시 안내방송마저 없는 서비스 부재의 사태가 빚어질 때는 그 책임자를 문책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번 문제해결의 출발점은 우선 문제의 심각성을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하게 되지 않도록 특별방안을 강구해줄 것을 다시 촉구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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