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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더 세지고 '외인'잔치 벌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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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사막을 밝혔던 축제의 불이 꺼졌다. 처음으로 아랍 국가에서 열린 이번 대회의 운영은 훌륭했지만 카타르인이 아니라 외부인들이 만든 잔치여서 '모래 위에 쌓은 성'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중국은 한 발 더 달려나갔다.

◆ 더 강해진 중국=중국은 160개가 넘는 금메달을 휩쓸었다. 2위 한국(금 58)과의 격차가 100개 이상으로 벌어졌다. 4년 전까지 한국과 일본의 금메달을 합치면 중국 수준이 됐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2위부터 6위까지의 금메달을 모두 합쳐야 중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 한국은 2위 목표는 달성했지만 예상보다 한참 적은 메달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을 받았다.

중국선수단은 최정예도 아니었다. 주요 국제무대에 처음 나온 선수가 전체의 3분의 2인 400명이나 됐다. 베이징 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1진 선수는 쉬게 하고 신예 선수들을 시험했는데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한국의 양궁처럼 중국은 다이빙, 사격, 탁구, 체조, 배드민턴, 조정 등에서 자국 내 선발전이 아시안게임보다 더 어렵다고 한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미국을 꺾고 종합우승하겠다는 희망이 꿈만은 아니다.

◆ 돈으로 산 아시안게임=대회는 깔끔했다. 운영이나 시설, 행사 등은 올림픽을 포함한 역대 어느 대회보다 나았다. 전문가들이 대회를 치렀기 때문이다. 카타르는 대회에 28억 달러(약 2조5820억원)를 투입했다. 한국 예산의 2%가 넘는다. 전문직은 서양인, 단순노무직은 남아시아인이어서 아시안게임이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카타르는 선수도 샀다. 육상, 역도, 축구, 배구, 핸드볼 등에서 외국인 선수들이 주력으로 활약했다. 특히 육상 남자 중장거리에서는 금.은.동을 싹쓸이해 다른 팀 관계자들이 아시안게임 무용론을 주장할 정도였다. 외신들은 '우루과이 출신 축구 용병은 카타르가 지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며, 육상 선수들은 대회를 뛸 때만 카타르에 온다'고 비꼬았다.

◆ 각종 사고=사막의 비는 축복이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저주에 가까웠다. 개막식부터 폭우가 내려 행사를 망쳤고, 카타르가 자랑하는 지상 최대의 돔구장에 물이 새고 정전 사고도 발생했다. 비가 내린 가운데 강행한 승마 종합마술에서 한국의 김형칠 선수가 낙마 사고로 숨져 모든 이를 슬픔에 잠기게 했다. 이번 대회는 아시안게임 사상 처음 경기 도중 선수가 숨진 비극적인 대회로 기억에 남게 됐다. 한국과 카타르의 남자 핸드볼 준결승에서는 쿠웨이트 심판들의 '해도 해도 너무 한' 편파 판정이 나왔다.

도하=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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