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책읽기Review] 해 넘기지 말고 읽어보세요…실용·과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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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래교양사전
이인식 지음, 갤리온, 576쪽, 2만9000원

게리보그, 덤불 로봇, 티핑 포인트…. 이 책에 실린 이런 369개의 표제어를 모른다면 본인이 '미래불감증'이 아닌지 한 번 의심해볼 만하다.

게리보그(geriborg)는 노인을 뜻하는 그리스어 '게리'와 로봇을 뜻하는 '사이보그'를 합성한 것으로 노인과 장애인의 일상생활을 도와줄 재활로봇을 뜻한다. 덤불 로봇(bush robot)은 생물체처럼 자유롭게 움직이는 담쟁이덩굴 모양의 로봇으로 달나라에 우주식민지를 건설할 때 쓰일 거란다.

'티핑 포인트'는 어떤 영화가 갑자기 대박을 터뜨리거나 특정 스캔들이 급속히 퍼지는 등 어느 사회에 일어나는 급격한 변화를 뜻한다며 '다이내믹 코리아'야말로 티핑 포인트가 많은 사회라고 설명한다.

책의 강점은 두 가지. 미래라고 해서,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볼 듯한 과학기술만 다룬 것이 아니라 정치. 경제. 문화. 환경. 군사. 섹슈얼리티 등 여러 분야의 키워드를 두루 짚어낸 점이 돋보인다. 여기에 국내 과학저술가 1세대인 지은이의 노작(勞作)이란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은 듯하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손 꼽히는 전자회사에서 잘 나가던 지은이는 "글을 쓰고 싶어" 직장을 내던진 후 과학 대중화를 위한 책을 스무 권 넘게 썼다. '대한민국의 창조적 소수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이란 책의 부제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항목별로 때로는 간결하게, 때로는 상세하게 연관된 사항을 부연해 간 글솜씨도 읽는 맛을 더한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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