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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에 충성말라" 검사 발언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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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자금에 대한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한나라당 관계자가 검사로부터 "한나라당에 충성하지 말고 새로운 물결에 동참하라"는 권고를 받았다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한나라당 이재오 사무총장은 7일 한나라당 후원회 박종식 부장의 조사과정에서 "대검 중수부 정준길 검사가 박 부장에게 '한나라당에 충성하지 말고 새로운 물결에 동참하라'고 했다"고 주장하면서 정 검사의 보직해임을 요구했다. 이 총장은 오전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정 검사의 발언은 청와대가 검찰에 일일이 지시하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로, 정치검찰의 부활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강금실 법무장관과 송광수 검찰총장의 해명을 요구하고 이날 국회 본회의 5분발언 등을 통해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식 부장은 기자들과 만나 "어제 검찰에 출두해 1차 수사를 마친뒤 저녁식사를 하는데 정 검사가 '한나라당에 충성을 그만하고 새로운 물결에 동참하라'는 충격적 발언을 했다"며 "저는 10여년 근무하면서 한점 부끄럼없이 생활했다. 결국 기획된 수사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박 부장은 "수사중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저녁식사를 하는 가운데 지나가는 소리였는지 모르나 검사가 '뭔가 선물을 주고 가야지 않겠느냐'고 해서 '무슨 소리냐' 했더니 '한나라당에 충성 그만 하고 새로운 물결에 동참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내겐 충격적인 얘기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법적으로 문제없게 처리를 했다고 자부하는데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생각을 갖고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지 않을수 없었다.지난번 노대통령과 젊은 검사들의 대화가 있었다. 이제 젊은 검사들도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연 이 검사가 중립적인 검사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검사와 대화를 나눴을 때의 분위기에 대해서는 "자유스러웠다. 식사를 같이 한뒤에 창가에 서 있으면서 얘기했다"고 설명했다.

한나라당 박진 대변인은 이에대해 "이는 과거 정치검찰로의 회귀라는 불명예를 안겨준 일대 사건으로 검찰마저 권력의 시녀로 조연을 맡는데 대해 통탄한다"며 "청와대가 '방탄특검'이라며 검찰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니까 권력의 편에 줄을 선 검찰이 노골적으로 야당탄압에 나서는 것 아니냐"고 논평했다.

남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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