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할머니」의 꿈 이뤄주자(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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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김밥을 팔아 평생동안 모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갸륵한 뜻으로 50억원 상당의 재산을 충남대에 기증했던 이복순할머니의 꿈이 무산될 형편에 처해 있다.
당초 충남대에 기증한 임야와 택지중에서 20억원 상당의 현행 택지가 택지소유상한법에 저촉되어 장학회재산으로 취득할 수 없다는 건설부의 법해석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기서 숭고한 뜻이 담긴 기부행위가 땅투기 땅독점을 막기 위한 현행법에 묶여 좌절될 수 밖에 없다는 현실논리를 안타깝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정심화 장학재단에만 특례를 적용할 경우,법 하나를 풀어주면 이를 악용하는 사례가 잇따라 일어났던 작금의 악폐 또한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김밥 할머니의 꿈은 한낱 물거품으로 끝날 수 밖에 없는 것인가. 우리는 두가지 관점에서 이복순할머니의 꿈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먼저 사회정의의 관점에서 김밥 할머니의 꿈은 실현되어야 하고 그 실현이 또다른 많은 사람들의 선행과 이타심을 촉구하고 유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아무런 사심이나 조건없이 거액의 전재산을 지역사회와 교육발전을 위해 기부한 헌신적 행위를 우리 사회가 수용하지 못한다면,우리 스스로 부정과 비리에 젖어 한줄기 밝은 빛을 보기를 거부하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
그 다음 국·공·사립학교를 막론하고 모두가 열악한 교육재정에 허덕이며 등록금에만 의존하는 대학 재정 현실에서 개인과 기업의 기부행위는 더욱 권장되고 추진되어야할 사항이다.
그런데도 충남대가 국립대학이라는 이유로해서 사립대의 기부행위와는 다른 별도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 어렵다. 현재의 교육재정으로는 초·중등학교의 지원에도 미흡한 형편이기 때문에 24개 국·공립대학의 교육환경이나 교육시설 또한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기부자의 입장에서라면 국·사립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의도에 따라 기부하게 될 것이다. 사립대에 기부하면 문제가 없고 국·공립대학에 기부하면 같은 적용을 받을 수 없는 현행 법체계가 잘못되었다고 판단한다.
이미 유수기업들이 서울대학교에 학생관을 건립하거나 경영관을 세워 기증한 바 있다. 어떤 형태의 재산으로든 교육기관을 위해 기부된 재산이라면 동일한 법적용을 거쳐 수용될 수 있는 길이 있다고 본다.
한 여인의 숭고한 뜻이 좌절되지 않고 교육재정을 늘릴 수 있는 기부행위를 권장하기 위해서 교육당국은 지혜를 모으고 길을 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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