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 울린 '순애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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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60년 만에 재회한 80대 노인 커플이 결혼식 전날 교통사고로 영영 이별하게 돼 미국인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LA 타임스는 어린 시절 친구로 고교 졸업 60주년 행사에서 만나 사랑을 불태워 온 80대 노인 커플이 결혼식 전날 교통사고로 할아버지는 숨지고 할머니는 뇌사상태라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행의 주인공은 조엘 리들리(81.(左))와 베티 진 데요(80.(右))로 이들은 2년 전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고교 졸업 60주년을 기념하는 동창 모임에서 만나 눈이 맞았다. 둘 다 배우자와 사별한 뒤 외롭게 살다가 사랑에 빠졌다.

이들은 라스베이거스에서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전날인 이달 6일 함께 차를 타고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다. 도로 한 켠 포크레인에 매달려 있던 전신주를 미처 발견치 못하고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리들리는 바로 숨졌으며 데요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뇌사 상태다.

이들은 어렸을 적 같은 동네에 살았으며 리들리는 데요의 아버지로부터 낚시를 배워 원양어선을 타기도 했다. 리들리는 선원 생활을 그만두고 우체국에서 일하다 은퇴했으며 이후 보석 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데요는 간호보조사로 일하면서 1남1녀를 키웠다.

이들은 뉴멕시코주 열기구 페스티벌을 참관하고 아프리카 사파리 여행을 다녀 오는 등 젊은 연인 못지 않은 화려한 데이트를 즐겼다. 두 달에 한 번씩은 장거리 여행을 하는 노익장을 과시하기도 했다.

데요의 아들인 스티븐 데요(57)는 "두 분이 만나면 늘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며 "말년을 같이 보내기로 하고 결혼까지 약속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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