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제전략대화 '8+8'명 세미나식 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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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미국 간 경제전략대화가 1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렸다. 중국 측 수석 대표인 우이(吳儀) 부총리(右)와 미국 측 대표인 헨리 폴슨 미 재무장관이 공식 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별도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베이징 신화=연합뉴스]

"슬라이드.영상.서류 등이 총동원된 중국과 미국 학자들의 열띤 세미나장 같았다."

중국 베이징(北京)의 인민대회당에서 14일 개막된 중.미 간 첫 경제전략대화를 둘러본 관계자가 전한 말이다. 이날 대화의 주제는 환율왜곡.무역불균형.시장개방.지적재산권보호.환경보호.위생검역.정보통신시장.농산물유통 등 8개 부문으로 나뉘었지만 부문별 회의는 하지 않았다. 대신 협상단 전체가 한자리에 모여 앉아 각자 준비한 자료를 상대방에게 제시하면서 끊임없이 토론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의 명칭 그대로 '대화'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대화에서 결론을 기대한다면 핵심을 놓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대화의 주제는 '양국 협력의 장기전략 틀 마련'이라고 귀띔했다.

미국의 태도는 물론 어느 때보다 단호해 보인다. 왜곡된 중국의 환율정책, 터무니없는 시장진입 장벽, 만연된 지적재산권 침해 등 따져야 할 사안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의 태도는 분명 '차이나 배싱(중국 때리기)'에서 비켜나 있다. '대화를 통한 설득, 그리고 옥죄기'를 택했다.

중국의 태도도 주목할 만하다. 이 관계자는 "중국은 이젠 국가별로 설명하고 방어하는 자세를 버리겠다고 결심을 굳힌 듯하다"고 전했다. 수용 불가한 사안과 그 이유를 떳떳이 밝히되 양보할 것은 과감히 양보하는 것으로 자세를 바꾸었다는 얘기다.

중국은 사실 대화 시작 전부터 미국에 선물 보따리를 풀어 놓았다. 대화 개막일인 14일 위안화 기준환율을 처음으로 달러당 7.82위안 아래로 떨어뜨렸다.

13일 베이징에 도착한 선발대에겐 5억 달러 규모의 선물을 안겼다. 미국 가정용 건자재업체인 홈디포가 중국 내 12개 체인을 거느린 톈진(天津)의 건자재업체인 자스제(家世界)의 상당 지분을 인수키로 했고, 미국 오시코시 트럭은 저장(浙江)성의 한 공항과 구매계약을 하는 등 4건의 계약을 잇따라 체결했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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