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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전­종전가를 “정오철군” 통고(걸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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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3일 정오(미 동부시간)까지 이라크군은 쿠웨이트에서 철수를 개시하라고 조지 부시가 사담 후세인에게 촉박한 「하이눈 최후통첩」을 건넸다. 후세인이 쿠웨이트에서 어떠한 소득도 없이 완전한 「빈손」으로 나오도록 하겠다는 것이 부시의 입장이다. 반면 혁명평의회성명을 통해 부시에 맞선 후세인의 기본입장은 쿠웨이트합병기도시의 당초 목표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걸프전쟁은 지상전벼랑에 다가서고 있는 분위기로 양자는 신축성을 거부하고 있다. 워싱턴·바그다드의 자세와 전망을 살펴본다.<편집자주>
◎사실상 “항복하라”… 강경한 미국/“경제봉쇄 못푼다”소와 이견/철수과정도 미 방식 요구… 협상가능성 희박
부시 미 대통령이 소련의 평화안을 거부하고 소련은 6개항의 수정제안을 하는등 걸프전쟁이 지상전이냐,종전이냐의 마지막 분수령에 이르렀다.
미국의 최후통첩후 소련이 수정안을 제시했으나 미국이 이미 최종안을 제시한데다 소련의 수정안이 미국의 안과는 거리가 있어 이를 외교적으로 조정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한 느낌이다.
미국의 공식반응은 아니나 소련의 수정안은 몇가지 점에서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고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우선 미국은 이라크의 선철수를 요구했으나 소련은 수정제안에서 선종전을 내세우고 있다. 소련은 처음 제안에는 종전후 둘째날부터 철군한다는 안을 제시했었다.
또 미국은 철수기간을 1주일로 한정했으나 소련은 3주일을 제시하고 있으며 철군감시도 미국은 연합국이 직접하겠다고 내세운 반면 소련은 유엔평화군에 맡기자고 제안했다.
무엇보다 근본적인 차이는 경제제재를 해제하는 시기다. 미국은 이라크의 평화의지를 확인할때까지 경제제재는 계속된다는 입장이나 소련은 철군후 즉시 유엔의 모든 제재가 백지화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국이 제시한 안 자체로는 짧은 시간안에 접점을 찾기가 어려운데다 미국의 입장이 이라크의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식으로 굳어져 외교적 타결 가능성이 희박한 것이다.
미국이 제시한 철수안에는 걸프전쟁을 어떻게 마무리 하여야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나타나 있다.
우선 미국은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침공했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이번사태를 미국의 주도로 끌고 왔듯이 철군이나 전후처리도 미국방식에 맞추어 나가겠다는 의지를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다.
철군일정만 해도 이라크가 소련이 제시한 일정을 따를 것이 아니라 미국의 요구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철군세부사항에 있어서도 이라크의 입장은 전혀 고려치 않는 일종의 무조건 항복과 같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철군감시를 연합국이 직접 담당하며 이라크는 연락장교를 파견하여 철군작업을 사실상 보고케 하고 철군하는 동안 연합국의 비행기만 쿠웨이트를 비행할 수 있으며 이라크는 일체의 화력을 사용할 수 없도록 한점 등은 이라크가 백기를 들고 나가라는 주문이나 다름없다. 철군후의 구상도 확실하게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이라크의 철군후에도 이라크에 대한 경제봉쇄를 계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즉 이라크의 평화의지가 확인되지 않고는 유엔의 경제재재 결의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이는 사담 후세인을 겨냥한 조건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이 집권을 계속하는한 이라크는 계속 호전적인 국가로 남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가 제거되지 않는한 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또 소련의 중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지도 곳곳에 배어 있다.
피츠워터 백악관대변인은 미국이 제시한 조건은 소련에 중재를 해달라는 안이 아니라 이라크가 직접 답변해야 할 안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협상에 소련이 나서서 이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을 인정치 않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의지로 볼때 외교적 협상 여지가 매우 적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다른말로 하자면 미국과 소련은 냉전후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항전·평화”… 갈림길의 이라크/후세인,전후보장 안되면 무릎꿇지 않을 것/“속임수” 비난속 거부뜻 유보
미국이 이라크에 대해 23일 정오(한국시간 24일 오전 2시)한 최후통첩을 발표함으로써 걸프전 향방의 「결정카드」는 또다시 이라크에로 넘어갔다.
소련의 종전안을 수락한 이라크의 태도에서 일단 후퇴의 기미를 감지한 조지 부시 미대통령은 이제 지상전이냐,아니면 실질적인 항복이냐의 양자택일을 사담 후세인 이라크대통령에게 강요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이라크는 22일 오전 혁명평의회의 성명을 통해 미국의 최후통첩을 「속임수」라고 강력 비난하고 나섰으나 이의 거부의사를 분명히 밝히지는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라크는 현재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들고 미국에 대해 「정면대결」의 위협과 동시에 「협상가능」의 제스처를 2중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후세인이 지금 「항전」「협상」의 두가지 방안중 어느쪽으로 좀더 기울어져 있는지를 점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러나 부시대통령의 최후통첩으로 이러한 「줄타기」에 쐐기가 박힌만큼 조만간 둘중 어느 한쪽으로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는 기로에 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혁명평의회의 성명에서도 이러한 후세인의 입장을 읽을 수 있다.
이 성명은 『부시(대통령)가 왜 모욕적인 최후통첩을 내세움으로써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패배시켰다는 헛된 인상을 세계에 내보이려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하면서 『이라크는 평화를 원하며 소련안을 지지하고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이라크가 소련의 중재에 의한 협상실현에 강한 집착을 보인다는 증좌로 분석될 수 있다.
실제로 이라크가 21일 수락한 소련의 8개항을 보면 유엔결의안이 요구한 무조건철수를 수용하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문제 연계를 일체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후세인으로서는 이미 상당한 양보를 한 셈이다.
또한 22일 소·이라크가 합의한 「최종안」,즉 6개항의 수정안에서는 소련이 후세인의 체면용으로 붙인 「철군의 3분의2가 이루어진 시점에서 경제제재를 해제한다」는 조항이 삭제되었다. 여기에다 21일간의 철군완료기한 명시 및 휴전후 72시간내 전쟁포로를 석방한다는 등 하루전의 8개항보다 좀더 구체적인 휴전절차를 명기하고 있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후세인이 이 수정안을 수용한다면 그로서는 협상에 최대한의 성의를 보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기때문에 미국요구에 대폭 양보함으로써 자신의 파국을 면하고 그동안의 정치적승리를 확보하는 길을 찾을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전혀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라크 혁명평의회 성명은 『부시의 위협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밝힘으로써 항전도 불사할 것임을 동시에 천명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최후통첩안이 이라크가 수용가능한 범위를 훨씬 넘어서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선 미국안은 철군완료기한을 7일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이라크는 쿠웨이트내에 35만의 병력과 탱크 2천6백대,포 1천8백50문,장갑차 1천6백대 등의 대규모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군사전문가들은 이들이 완전철수하려면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철수기한은 이라크측이 대부분의 중화기·장비 등을 내버려둔채 「도망치듯」철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전후 현재수준의 군사력유지를 원하는 후세인은 이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게된 후세인이 미국의 최후통첩에 쉽사리 무릎을 꿇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박영수기자>
□걸프전쟁 평화안 비교
●구 분 소·이라크 합의안 미 국 안
철수방법 ·무조건 완전철수 ·23일 정오까지 철수 개시
·휴전다음날 철수개시 ·1주일안에 철수완료
·확정일정에 따라 철수 ·48시간내 쿠웨이트시에서
철수,정부복원 허용
·안보리지정 분쟁비당사국
평화유지국 감독
포로석방 ·완전철수후 포로석방 ·포로·억류민간인을 48시간
내 석방
유엔제재 ·철군 3분의2완료때 ·완전철수전 해제반대
경제제재 해제
·철군완료뒤 모든 결의
실효
쿠웨이트 (없음) ·쿠웨이트정권 원상회복
처 리
책임보상 (없음) ·환경오염등의 책임추궁
기 타 ·세부사항 마련해 ·폭발물제거,지뢰·기뢰정보
안보리 회원국에 통보 제공
·이라크철수때 다국적군
공격자제
●구 분 소련수정안 유 엔 결 의 안
철수방법 ·무조건 철수 ·즉시 무조건철수(660호)
·휴전다음날 철수
·21일내 철수완료
·안보리지정 평화유
지군 감독
포로석방 ·휴전후 72시간내
포로석방
유엔제재 ·철군완료후 모든 ·철수까지 경제제재 속행(6
결의 실효 61호)
·91년 1월15일까지 철수
불응시 모든 수단사용를 허
용(678호)
쿠웨이트 (없음) ·이라크의 쿠웨이트합병은 무
처 리 효(662호)
책임보상 (없음) ·침공에 따른 손실등에 대한
이라크의 보상책임(674호
)
기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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