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타래처럼 꼬인 민자공문 변조 의혹/과연 서청원의원 혼자 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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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당 차원의 민원치곤 깊숙히 개입/자신명의 회신공문도 월권행위
검찰 수사발표와 대통령 특별담화로 일단락되는 듯 했던 수서의혹이 당정회의 메모가 공개되고 수서민원 회신공문 변조사실이 잇따라 드러나면서 민자당 지도부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서청원 제3정책조정실장은 수서민원의 접수와 당정회의 개최,민원인에 대한 회신에 이르기까지 적극 주선 또는 개입한 것으로 밝혀져 서의원 혼자만의 개입인지,아니면 더 깊숙한 배후가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의혹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정회의의 당측 참석자였던 김용환 전 정책의장과 서의원은 불똥이 민자당으로 옮겨붙자 21일 오전과 오후 각각 기자실을 찾아와 「부인」「오해」「실수」임을 극구 해명했지만 부분적으로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어 설득력을 잃고 있다.
○…서의원에게 당 안팎의 의혹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당차원의 민원처리과정에서 지나칠 정도로 깊숙히 개입됐다는 점.
서의원은 지난해 5월 수서민원을 자신의 보좌관인 김정렬씨를 시켜 민자당·민원실에 직접 접수시키면서 조속히 정책위로 보내줄 것을 요구하는 등 민원접수 단계부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의원도 이 사실을 시인하면서 『민원인 대표중에 보좌관의 친구가 있어 편의를 봐주라고 했다』며 단순한 「편의」수준임을 강조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접수된 수서거주 주민들의 역민원은 정책위로 이첩되지도 않은채 민원실 차원에서 끝나버린 것과 비교하면 형평성을 잃은 처사로 볼 수 있다.
서의원은 또 지난해 6월과 8월 두차례의 당정회의를 거친뒤 민원인에게 자신의 명의로 된 회신공문을 발송,사실상 「월권」행위를 한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김용환 전 정책의장도 이에 대해 『민자당 대외공문은 당 대표최고위원이나 사무총장 명의로 발송해야 한다』며 서의원의 회신에 불쾌감을 표시했다.
서의원은 이에 대해 『여당의 생리를 잘 몰랐고 행정적인 경험이 없었던 탓』이라고 주장했지만 당 주변에서는 『서의원이 과잉친절을 베풀어야 할 「특별한 사유」가 있었던게 아닌가』하는 의혹이 일고 있다.
또한 민원회신 공문발송에 관해 김 전의장은 『발송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부인하고 있는 반면 서의원은 『당시 김의장에게 회신하자고 했더니 「그렇게 하라」고 했다』며 『김 전의장이 아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 같다』고 엇갈린 주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당의 한 관계자는 『당시 서의원이 회신공문을 만들어 김의장에게 갖고 왔다』며 『그러나 공문내용이 당정회의 내용을 상당부분 과장한 것으로 돼있어 김의장이 묵살한 것으로 안다』고 밝히고 있어 흑백이 가려져야 할 대목이다.
또한 서의원 소속의 당 제3조정실 부실장인 김동관씨가 84년 12월부터 87년 5월까지 한보철강 사장으로 근무한 것이 밝혀지면서 김씨가 한보와 서의원의 교량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그러나 김씨는 한보철강 사장에서 한보주택 사장으로 발령난지 3일만에 사직한 것으로 확인됐고 김씨 자신도 『정태수 한보회장과는 말도 하지 않는 사이』라고 부인하고 있다.
○…서의원에 대한 실타래처럼 꼬인 의혹은 곧바로 서의원 개인에 국한된 것이냐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서의원은 수서사건이 터지자 『당정회의를 한 것은 민원이 청와대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했다가 보도가 나가자 『장병조 청와대 문화체육담당비서관이 서울시에 보낸 공문의 사본이 첨부된 것을 지칭했던 것뿐』이라고 발뺌한 것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일반민원 처리과정의 상례를 벗어나 이승윤 부총리등 3부장관이 참석한 이례적인 고위당정회의를 연 것도 분명한 해명이 되지않고 있다.
일부 의원들은 자료청구라는 이름으로,일부는 직접 한보측에 연락됐다는 것. 이 과정에서 서의원의 역할이 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이 있다.
한보는 수서특혜분양을 위해 서울시와 건설부·청와대 등 행정부처에 손을 쓴뒤 곧바로 민자당에 민원을 접수시켰고 평민당에 자금을 제공한 뒤 국회청원의 절차를 밟는 등 로비의 전형적인 수법을 답습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민자당으로 거액의 정치자금이 유입됐을 것으로 일반국민들은 의심하고 있다.
서의원을 「민자당의 장병조 비서관」으로 치부하기에는 풀어야할 의혹이 너무나 많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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