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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동행 인터뷰 <1> 이명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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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 예비주자 중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右)이 13일 충북대를 방문, 특강을 마친 뒤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청주=최승식 기자

13일 오후 1시 그랜드 카니발 승합차에 올라탄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숨을 골랐다. 충북대 특강을 위해 청주로 출발하는 시간이다. 조계사 근처의 한 레스토랑에서 자문 교수단과 오랜만에 만났지만 그는 고기를 자르는 둥 마는 둥하고 급하게 차에 올랐다. 그에게 "열린우리당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따라 한다'고 비난한 것 아시냐"고 묻자 "무슨 이야기냐"고 되물었다. 오전 열린우리당의 회의장이 자신에 대한 성토장이 된 걸 모르는 눈치였다.

"막내 딸내미가 사준 선글라스를 안 낄 수 없어 몇 번 낀 것 가지고 닮은 척한다고 그러네. 국가가 어려운데 집권 여당이 국정을 논의해야지. 내 코가 석 자일 텐데 집권 여당이 참…."

하긴 공격당한 것조차 모를 법도 했다. 살인적인 일정 때문이다. 서울 가회동 자택을 떠나 견지동의 '안국 포럼'사무실에 도착한 게 오전 7시30분. 건강관리를 위해 11층까지 걸어오느라 흘린 땀이 마르기도 전에 책상 위에 쌓인 보고서를 체크했다. 곧바로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 한반도 대운하팀과의 정책회의, 한나라당 불교 관계자들과의 면담이 이어졌다. 기독교 장로인 그는 불교계에 특히 정성을 쏟는다. 이날 면담에서도 "기독교 장로란 이유로 내가 불교를 탄압할 것이라는 왜곡된 이야기가 돈다. '다른 종교를 존중할 줄 알아야 진정한 신앙인'이라는 게 제 종교관"이라고 말했다.

◆ "후보 검증기구 나쁠 것 없다"=청주로 가는 승합차 속의 두 시간. 휴식의 단맛을 가로채 까다로운 질문을 던졌다. 답변은 차분했지만 거침이 없었다.

-한나라당 의원들 줄 좀 세우시나.

"내 스케줄에 의원 만나는 스케줄이 있는지 봐라. 없다. 난 아직도 국민을 향해 이야기하고 있다."

-본인이 안 해도 다른 측근들이 줄 세우지 않나.

"아무래도 의원들은 후보 자신이 만나야 한다. 때가 되면 의원들 스스로가 판단하게 될 거다."

-박근혜 전 대표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공격에 꿈쩍도 안 하는데 앞선 자의 여유인가.

"여유? 절대 아니다. 국민들의 바람은 힘 모아 정권교체 하라는 것인데 우리끼리 싸워서 되겠나. 후보들은 결과적으로 모두 협력자가 돼야 한다."

-'이명박은 한 방에 보낼 수 있다'는 등 별별 소문이 많다.

"난 주로 기업에 있었고 서울시장 4년 했지만 봉급도 안 받았다.(재임시 그는 봉급을 환경미화원 자녀들의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서울시장 선거 때도 별 이야기가 다 나오려다가 다 도로 들어갔다. 한 번 검증을 한 셈이다. 자신 있다."

-경선과정에서 후보 검증기구를 띄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나쁠 것 없다. 당에서 미리 (검증)해서 소문들이 사그라지면 좋지 않겠나."

"지지율 1위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그는 "남들은 뭐라고 하나?"고 기자에게 되물었다. "경제문제, 위기관리 능력…"이라고 하자 대뜸 "정확하게 봤네"라며 웃었다.

◆ "2002년의 경험, 2007년에 적용 못해"=한나라당은 징크스가 있다. 두 차례 대선에서 선거 1년 전 선두를 달리던 후보가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

-과거 대선 1년 전 지지율이 1등이던 박찬종.이회창씨는 모두 대선에 실패했는데.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과거의 경험이 미래의 해답이 될 순 없다. 2002년과 2007년은 시간적으로는 5년 차이지만 실제론 과거의 20년에 해당할 만큼 빠른 속도로 변했다. 국민의식이나 우리가 처한 상황이 너무 판이하다."

이때 앞자리의 수행비서가 최근 보도된 서울대생의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 내용을 보고했다. 조사에서 그는 35.1%를 얻어 고건 전 총리(14.9%)를 제치고 1위를 했다. 이 전 시장은 "내가 지식인층에서 지지도가 높다"고 했다.

-여당 후보는 누가 될 것 같은가.

"전혀 예측불허지 뭐. 오픈 프라이머리를 하면 더 그렇지 않나◆ "

-대선의 최대 이슈는 경제일까 아니면 이념대결일까.

"국민 70~80%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 살리기, 일자리, 부동산 이런 것 아닌가. 여당에선 다른 것을 이슈화하고 싶어하겠지만."

-박 전 대표와 왜 안 만나나. 박 전 대표의 열차 페리 구상에 대한 견해는.

"내가 국회의원이 아니니까 원외하고 원내하고 영역이 다르니 잘 안 만나게 된다. 열차 페리든 뭐든 안을 내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 "집 한 채씩 가질 민생 기본권 필요"=노무현 대통령의 '하야'발언에 대해 그는 "그걸 믿나…"라고 시니컬하게 답했다. 남북 정상회담 추진설에 대해선 "핵문제 해결을 위한 순수한 의도라면 과정과 목적을 사전에 분명히 입장을 밝혀 오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면서도 "북핵문제는 6자회담에서 하는 것이지 현 정부가 북한과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느냐"고 했다.

그는 '따뜻한 남자'임을 은근히 드러냈다. "아들, 딸들(1남3녀)과 친구처럼 대하기 때문에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도 했다. 그는 "오늘 같은 시대엔 헌법의 기본권처럼 집 한 채씩 가질 민생 기본권이 필요하다. 젊은 사람들이 아이 낳고 사는 데 보금자리는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성휴게소에서의 그는 '유쾌한 명박씨'란 별명 그대로였다. 호떡을 사먹고, 구세군 자선냄비에 2만원을 넣었다. 이어 충북대 강연장. "총장께서 '우리 대학은 반응이 좀 늦다고 잘 알고 하라'고 했다. 될 수 있으면 반응을 좀 빨리 해 달라"고 해 폭소가 터졌다. 일정은 밤 10시가 넘어 끝났다. 가회동 자택으로 돌아가는 차 속, 이 전 시장은 어느새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서승욱 기자<sswook@joongang.co.kr>
사진=최승식 기자 <choiss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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