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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영화 여러극장 동시상영 「체인개봉제」 뿌리 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영화상영체계가 전극장의 개봉관체제로 대표되는 구미식으로 점차 바뀌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한편의 영화를 여러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체인개봉제」와 이에 따른 흥행의 대형화 ▲3번 상영관의 소멸과 채개봉관의 개봉관승격 추세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구미· 일본등지에선 일반화된 「체인개봉제」는 처음엔 도심외곽 극장들끼리 지역별로 단기전의 흥행을 노려 시작됐으나 이제는 대형극장끼리, 또는 도심대형극장과 외곽극장간에 연계돼 대규모의 흥행을 꾀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혔다.
대표적인 예가 상영50일째인 2월 들면서 서울개봉관에서만 관객1백만명을 넘어선 『사랑과 영혼』.
도심대형극장인 서울시네마타운과 중형규모인 명동극장, 그리고 강남의 대형관인 시네하우스와 중형관 롯데극장등에서 동시 개봉된 이 영화는 「체인개봉제」방식이 아니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관객동원력을 과시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최다관객동원영화는 지난85년 대한극장에서 1백12일간 상영된 『킬링필드』로 92만여명을 끌어 모았었다.
「체인개봉제」에 힘입어 『사랑과 영혼』은 『킬링필드』의 상영기간 절반도 안돼 최다관객동원기록을 수립한 셈이다.
『사랑과 영혼』말고도 현재 상영중인 『다이하드2』나 『지존무상3』 『토탈리콜』등도「체인개봉제」로 큰 재미를 보고 있다. 『다이하드2』의 경우 전편인 『다이하드』가 88년말 단일개봉관에서 다섯달여동안 70만명의 관객을 모았으나 이번엔 단성사와 시네하우스가 연결돼 50여일만에 70만명을 넘기는 성공을 맛봤다.
이밖에도 지난해 「체인개봉제」로 재미를 본 영화로는 『귀여운 여인』 『죽은 시인의사회』등과 일부 홍콩영화를 들 수 있는데 이 영화들은 특히 외곽극장에서만 상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성공해 「체인개봉제」의 확산에 기폭제역을 했었다.
영화관계자들은 이처럼 「체인개봉제」가 빠르게 정착한데 대해 관객들의 관람권이 세분화된 것을 가장 큰이유로 꼽고 있다.
영화관람에 대해 경제적인 부담보다는 시간적인 부담을 더 크게 느낄 만큼 관객들의 생활형편이 바뀜에 따라 가능한한 집 가까운 곳이나 생활권내의 극장을 찾는게 일반화돼 가는 성향이라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극장쪽에서는 이러한 관객취향에 맞춰 재개봉관이 개봉관으로 잇따라 승격함으로써 박자를 맞춰주고 있어 한 영화의 동시 다발적 광역화된 상영경향을 활성화시키고 있다.
미국직배영화사의 자체 직배망구축을 위한 전략도 「체인개봉제」를 활착시킨 요인으로 꼽힌다. 미직배사들은 영화인들의 강한 반발로 도심진출이 어렵게 되자 외곽극장만을 묶어 배급물꼬를 텄었다. 영세성을 면치 못하던 외곽극장으로서는 상업성 높은 직배영화를 받아 채산성을 높일 수 있고 직배사는 나름의 배급망을 확보할 수었는 상부상조가 이뤄진 것.
영화인들은 「체인개봉제」를 영화시장의 지역화·대형화에 기여하는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면서도 미직배사의 체인 배급망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현재 한미간 협정으로 외화의 경우 1편을 들여와 13벌까지 복사해 상영할 수 있지만 94년부터는 이 제한이 풀려 무제한 복사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전국의 극장이 미직배사에 의해 장악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현행 연간 1백40일간의 한국영화 의무상영일수를 고수하는 것이 1차적이면서도 마지막방어책』이라고 입을 모으고있다.<이혜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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