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름선수 전속계약서」강제규정 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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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씨름선수의 몸값등을 규정한 민속씨름협회의 씨름선수전속계약서가 전적으로 씨름단에 유리한 반면 선수들에겐 족쇄를 채워놓는 이른바「현대판 노비문서」라는 주장이 제기돼 씨름계가 시끄럽다.
이같은 문제제기는 최근 소속팀과 팽팽한 연봉 줄다리기를 벌이고 있는 천하장사 강호동 (강호동·20·일양약품)이 협상테이블에서 이 계약서의 전면파기를 들고 나옴으로써 표면화, 씨름계의 핫 이슈가 되고있는 것.
민속씨름발전을 도모할 목적으로 씨름단-선수간의「약속이행」을 규정하고 있는 이 계약서는 지난 83년 민속씨름 출범과 때를 같이해 성안됐으며 8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수정없이 계속 시행돼왔다.
선수보수(제2조) 이적(제13조) 연봉계약경신(제16조) 등을 차례로 규정해 놓은 이 계약서를 보면 선수가 일단 씨름단에 입단하면 씨름단측의 동의 없이는 자유로운 선수활동, 또는 이적을 할 수 없도록 명문화하고 있는게 주된 특색.
특히 연봉경신의 경우『씨름단은 계약경신권리를 포기할 의사를 표명하지 않는한 씨름단은 이 계약을 경신하는 권리를 계속 보유한다(제16조1항)』로 규정, 선수에 대한 구속력이 지나칠 정도다.
이 규정은 계약과 동시에 효력을 발생, 평생 선수보유권을 씨름단측에 허용함으로써 선수의 입장에서 보면 노비문서에 다름아닌 셈. 이는 프로야구(3년) 프로축구(6년)과는 사뭇 다른 강제규정이라는게 씨름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적 또한 마찬가지. 이적할 때에는 매년 11월말까지 씨름단에 이적원을 제출해야하며 이 경우 역시 소속 씨름단측의 동의를 얻지 않는한 불가(불가)하도록 규정, 선수들의 족쇄를 채우는 악법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속씨름출범이후 자의에 따른 씨름선수의 타씨름단 이적이 단 한명도 없었다는 사실은 이를 잘 말해준다.
당초 럭키금성에 입단했다 일양약품으로 이적한 손상주(손상주·현 일양약품트레이너)만이 이례적인 예일뿐 강시후(강시후) 황영호(황영호) 장지영(장지영)등은 씨름단 동의를 얻지못해 스스로 샅바를 벗고 마는 불운을 겪어야했다.
또 현재 강호동의 연봉협상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방송·CF등 출연」(제10조)규정도 씨름단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돼있다.
강이 연봉재계약과정에서 당초 씨름단측에 제시한 6천5백만원선에서 일보 후퇴, 5천5백만원으로 내려잡는 대신 굳이 CF출연 등 자유로운 수익활동의 보장을 요구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것.
아무튼 이 계약서가 현대판 노비문서로 인식되고 있는한 강의 연봉협상은 난항을 겪게될게 분명하며 전선수들에게 이같은 인식이 확산될 경우 씨름계는 걷잡을 수 없는 소용돌이에 휩싸일 것이라는게 씨름계의 지배적인 분위기다. <전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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