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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김 앙코르와트 패션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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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007 앙드레 김 패션 아트 컬렉션'이 11일 저녁 캄보디아 시엠리아프에 위치한 앙코르와트에서 시작됐다. 12일까지 열리는 이번 패션쇼는 2007년 1월 9일까지 앙코르와트 유적지 일대에서 진행되는 '앙코르 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 2006'(11월 21일 시작)의 특별 이벤트다.

앙코르와트는 1113년부터 37년에 걸쳐 화려하게 지어진 세계 최대의 석조 건축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문화유산이자 세계 7대 불가사의의 하나인 앙코르와트를 무대로 패션쇼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앙드레 김(73)은 "이번 쇼에는 1200년 전 크메르 왕국의 찬란한 예술과 1000년에 걸친 신라의 문화를 세계의 미로 재창조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한국, 나아가 동양의 미를 전 세계에 알리게 돼 기쁘고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번 무대가 "투명한 순수와 성스러운 아름다움을 표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류스타 김희선과 김래원이 메인 모델로 출연했으며, 신인 탤런트 정동진.장지우.최성준.허정민.이기우 등도 무대에 올랐다.

앙드레 김 패션쇼에 선 모델들이 앙코르와트와 신라의 유물을 형상화해 두 나라 문화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의상을 선보이고 있다.

◆ 눈길을 끈 문화재 패션=이날 오후 8시20분(현지시각) 어둠이 내린 앙코르와트 동쪽 사원에 형형색색의 조명이 불을 비추면서 화려한 의상의 향연이 시작됐다.

패션쇼는 '21세기를 향한 앙코르 경주 세계 문화 축제' '열정, 꿈과 로맨티시즘' '크메르 왕국의 전설' '신라 왕국의 환상곡' '동양의 광시곡' '유토피아의 영원한 사랑' 등 6개의 주제에 따라 진행됐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3, 4번째 주제를 담은 의상들이다. 양국의 문화재를 응용한 실크로 된 의상을 선보였다. 스물세 벌의 옷에는 앙코르와트와 불교 미술을 비롯한 캄보디아의 국가적 문화재 이미지가 담겼다. 앙드레 김은 "'앙코르-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의 의미를 더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라 유물 등 우리 문화재는 열 벌의 옷에 표현됐다.

일곱 빛깔을 겹겹이 담은 앙드레 김 특유의 일곱 겹 드레스는 이번 쇼에도 등장해 박수를 받았다. 마지막은 턱시도와 웨딩드레스의 향연으로 마무리됐다.

피날레 무대엔 소크 안 부수상 내외가 앙드레 김과 함께 무대에 올라 워킹을 보여주기도 했다.

◆ 리허설도 못할 정도의 더위=이날 현지 기온은 30도를 웃돌았다. 패션쇼 리허설이 시작된 오후 4시 무렵도 마찬가지여서 모델들은 의상을 입지 못하고 손에 든 채 무대를 돌아야 했다. 진행을 책임진 모델센터 도신우 회장은 "날씨가 너무 더워 리허설부터 옷을 입고 벗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캄보디아의 열악한 환경도 패션쇼를 괴롭혔다. 장비와 전력 공급에 차질이 빚어져 음악 없는 패션쇼가 진행됐던 것. 첫 번째 무대 중간쯤 끊겼던 음향은 다행히 30여 분 만에 복구돼 쇼는 예정보다 조금 늦게 시작됐다.

◆ '연기자와 패션모델은 별도 워킹' 원칙=앙드레 김의 패션쇼를 유심히 지켜보면 눈에 띄는 점이 한 가지 있다. 연기자 모델과 프로 모델이 런웨이에서 동시에 워킹하지 않는다는 것. 앙드레 김은 "될 수 있으면 프로 모델과 연기자 모델이 동시에 무대에 서지 않도록 배려한다"고 말했다. 일반 패션쇼의 모델들은 런웨이 중간쯤에서 교차해 지나간다. 앙드레 김은 "연기자를 모델로 세워 옷의 느낌과 감정을 달리 표현하려는 목적이 있는데 프로 모델과 똑같이 런웨이에 세울 필요는 없다"며 "프로 모델은 워킹에 연기자는 연기를 더 잘하니 각각의 장점을 더 잘 살리고 싶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 한밤중 사원에 1000명 운집=패션쇼는 앙코르와트 동문 앞 평지에 무대와 식당을 설치한 만찬 형식으로 진행됐다. 캄보디아 정부가 직접 주관한 이번 행사에는 엑스포 조직위원장인 소크 안 캄보디아 부총리와 프놈펜 시장, 현지 한국.일본 대사 등 내외빈 500여 명이 참석했다. 여기에 진행요원과 구경꾼 등을 포함하면 관객은 1000명에 이른다. 만찬장의 서빙을 맡은 호텔 직원들, 안전을 책임진 경찰과 기술요원 등 진행요원은 현장을 취재하는 방송 카메라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이들은 웅장한 자신들의 문화 유적 앞에서 펼쳐진 화려한 패션쇼가 신기한 듯 만찬 테이블 사이 사이를 파고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캄보디아 시엠리아프=강승민 기자, 사진=JES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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