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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신문에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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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이달 말까지 신문들의 경품에 대한 독자 고발 수기를 공모한다. 연간 구독료의 20%(2만8800원)를 넘는 경품을 주거나, 공짜로 신문을 제공하는 사례 등을 고발한 수기를 받겠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최우수상 한 명에게 상장과 상금 100만원, 금상 한 명에겐 상장과 상금 50만원을 주는 등 총 여섯 명에게 220만원을 줄 계획이다. 물론 상금은 국가 예산으로 나간다.

할 일 많은 공정위가 신문 감시에 불철주야 노력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4년 6월엔 직원들을 일찍 나오게 해 출근하는 타 부처 공무원들에게 신문 감시와 관련한 홍보전단을 돌렸다. 올 8월부터는 신문시장 관련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공정위는 당시 문화관광부.소비자단체 등과 연계해 공짜 신문과 과도한 경품을 안 받고 안 준다는 내용의 100만 인 서명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공정위가 언론 감시에만 열을 올린다"는 비판이 일고, 일부 단체가 발을 빼자 슬그머니 '없었던 일'로 했다.

이처럼 공정위가 '신문감독청'을 자임하고 나선 것은 통계에서도 잘 드러난다. 올 들어 공정위의 최고의결기구인 전원회의가 심의한 안건 97건 중 신문사와 관련된 사안이 33건(34%)에 달했다. 또 일반인이 공정위에 위법 사례를 신고해 받은 포상금 86건 중 81건이 신문과 관련된 것이었다. 전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춰 신문들이 과도한 '대접'을 받은 셈이다.

물론 신문시장에 불공정 행위가 있다면 제재하는 게 공정위의 역할이다. 그런 일은 그동안 훈장을 받아도 될 만큼 열심히 잘해 왔다.

하지만 본업의 성과는 어떤가. 재계는 물론 경제부처에서도 "공정위가 규제를 틀어쥐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걸 보면 공정위가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이번에 신문 고발 수기 공모까지 하는 것은 스스로 역량을 축소하는 셈이다.

공정위는 "독자들이 무엇이 위법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 홍보 차원에서 캠페인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는 공정위는 무엇이 본업인지 잘 모르는 것 같다.

김준술 경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