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큰 정가 수습 안간힘/외유·수서 여론무마 채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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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여,수사 눈치보며 문책인사 수위조절/평민선 민주공세 의식 여 성토 본격화
국회상공위 뇌물외유사건의 이재근·박진구·이돈만 의원이 11일 구속되고 수서택지 특별공급사건과 관련해 의원들에 대한 사법적 처리가 불가피한 것으로 굳어지자 정치권 차원에서의 사태수습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민자당의 김영삼 대표,김종필·박태준 최고위원은 12일 아침 서울가든호텔에서 아침을 같이하며 수습책을 논의하는등 수습방안의 가닥을 잡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12일 민자당 정순덕 사무총장은 수서문제와 관련해 『검찰과 협의한 바도 없고 어떤 통보도 받은바 없다』고 했고 김윤환 총무는 『정치권에서 거론한 바도 없고 정치적 해결을 시도할 성질도 아니며 정치권에서는 수사가 종결될 때까지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짐짓 관망의 자세를 보였다.
그러나 민자당의 당직자들은 수서문제가 「사건적 차원」이기도 하지만 13대 정국 최대위기라는 인식하에서 국민의 여론을 가라앉히는 수사범위 조정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민자당의 한 고위당직자는 현 시점에서 『장병조 전 청와대비서관의 구속,박세직 서울시장과 이상희 건설장관의 경질,오용운 국회건설위원장의 건설위원장직 사임정도로 진화되면 최선의 방법이나 국민여론상 최소한 국회의원 1∼2명의 사법적 처리가 불가피한 상황인 것 같다』고 전망,검찰의 수사윤곽이 잡히는대로 상당한 폭의 문책인사가 있을 가능성을 비췄다.
이 경우 인사의 폭은 직접 관련자들이 많고 관련부서도 청와대·건설부·서울시·국회·민자당 등이 얽혀있어 상당히 넓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이다.
○…지금이 13대 국회이후 정치권의 최대 위기인 것은 다 인정하고 있으나 그렇다고 국회해산­총선 등 정치판을 인위적으로 새로 짜기에는 현행법의 한계나 임기후반을 맞은 노태우 대통령의 통치부담이 너무 커 엄두를 못내고 있다.
현행 헌법으로는 여야가 합의하에 헌법을 개정해 국회를 해산해야 14대 총선이 가능한데 의원들의 이해가 엇갈려 여야 합의가 어려울 뿐아니라 14대총선으로 새 국회가 구성될 경우 임기후반의 노대통령에겐 오히려 통치권 누수의 촉진을 초래한다는 판단이다.
반면 국회 일각에서는 한보의 로비자금이 의원수준을 넘어 여야 수뇌부로 흘러들어간 것이 확인될 경우 13대 국회의 파장과 세대교체로까지 번질 가능성을 점치기도 한다.
그러나 수서사건은 정·경·관에 언론까지 개입된 총체적 비리로 파악되고 있어 그것을 적당히 얼버무리다가는 오히려 역작용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어 당정은 사건의 범위조정에 애를 먹고 있는데 검찰수사 진행을 봐가며 「납득할만한 선」이 나올 것으로 보고있다.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은 절대로 적당히 넘어갈 수 없다는 판단』이라고 정부 상층부 기류를 전하고 있다.
○…평민당은 국회상공위 세의원이 구속되자 이 사건을 수서특혜사건과 한데 묶어 「행정부의 부정과 비리를 은폐 또는 축소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정부의 공작」에서 비롯된 것으로 규정하고 본격적으로 정치적 공세를 펴기로 12일 당무회의에서 결정.
이같은 평민당의 입장정리는 당내 일부에서 『지금까지 너무 미온적으로 대처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여론이 일고 있고 민주당쪽에서 조기 총선실시등 강경대응으로 나오는 것에 영향을 받은 느낌이다.
평민당은 우선 상공위 의원 구속사건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방안과 정치적 대응방안으로 나눠 법적으로는 13일 구속적부심 신청을 하고 이것이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보석신청을 법원에 내는 한편 정치적으로는 국조권 발동과 임시국회 조기소집을 민자당측에 요구한다는 계획.
수서특혜사건은 사건의 장본인을 청와대로 규정하고 철저하게 청와대를 물고 들어간다는 전략.
수사당국이 청와대에 대해서는 장병조 비서관선으로 축소하고 엑스트라에 불과한 국회건설위를 전면에 부각시킴으로써 이 사건을 국회비리로 왜곡시키고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수서사건에서는 평민당 의원들이 연루돼 있고 당총재 명의로 협조공문등 석연찮은 대목 때문에 정치적 공세에는 상당한 제약이 뒤따를 전망이다.
○…민주당이 12일 ▲국회해산→6월 조기총선 ▲지방선거 연기 고려를 천명한 것은 예상되는 의원의 무더기 사법처리가 국회의 존립기반을 근본적으로 흔들어 놓고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기총선이 실시되면 거대여야의 도덕성에 신물을 내고 있는 대다수 유권자가 민주당을 지지할 것이라는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이기택 총재는 11일 오후 수서지구를 방문,일반주택청약자들의 여론을 청취했는데 『우리당의 기본입장인 국회해산·조기총선이 지난해 정기국회때만 해도 실패했지만 뇌물외유에 이은 「수서문제」로 국회의 도덕성이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에서 이 주장은 폭넓게 공감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총재는 또 『국회가 해산될 경우 노태우 대통령에 대한 국민심판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으나 구체적 방법에는 언급을 피했다.<박병석·전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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