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 정 회장 청와대와의 관계/사별아내 비문에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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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전 대통령에 5억원 헌납 포상받았다”/박 대통령이 보낸 「친서」내용도 새겨/길이 18m 병풍석등 초호화 말썽… 자신의 「업적」도 적어
한보의 정태수 회장(68)이 5공당시 전두환 대통령에게 5억원을 헌납했다고 스스로 밝힌 비문이 발견돼 수서특혜와 관련,거액 뇌물 로비 혐의를 받고 있는 그가 이미 5공때부터 청와대와의 유착을 꾀해왔다는 소문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 비문은 83년 3월 사별한 부인(당시 46세)의 경기도 김포군 검단면 왕길리 산11 묘소의 병풍석에 새긴 것으로 『새마을사업에 쓰라고 전대통령에게 5억을 헌납해 포상을 받았다』고 돼있다.
당시 「3억원을 들인 초호화 묘지로 무허가 산림훼손 및 이웃땅을 침범했다」는 진정서가 청와대·김포군청에 접수돼 말썽을 빚었던 이 묘는 둘러싼 병풍석만도 길이 18m,높이 1.5m.
고급 석재인 애석으로 만들어진 초대형 병풍석엔 이밖에 『78년 대한노인회중앙회관을 사재로 건립,기증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표창과 함께 감사의 친서를 보내왔다』는 내용에 이어 『친애하는 정태수사장…』으로 시작되는 박대통령 친서전문도 새겨져 있다.
또 『요르단의 무게이바지역 수자원개발공사를 조기완성한 공로로 요르단 정부가 민간인에게 주는 최고훈장인 후세인 빈알리훈장을 83년 받았다』등 주로 업적을 자찬하는 장문의 글이 18m에 걸쳐 채워져 있다.
이 병풍석은 계속되는 진정으로 말썽의 소지가 커지자 1년여만인 84년 여름 김포군의 지시로 비닐로 가리고 흙을 덮어 두었으나 현재 일부분의 흙이 흘러내려 노출돼 있는 상태.
묘 조성도 허가면적 1백49평을 초과,이웃 땅의 경계를 침범했으며 1천여평의 광대한 묘역과 길이 2백m의 진입로를 만들면서 나무를 마구 베어냈다가 지적을 받고 다시 심었다는 것.
진입로를 모두 잔디로 덮고 스프링클러까지 설치했다가 철거하기도 했다.
묘 조성작업은 83년 4월부터 주변 왕길리 주민들을 동원,그해 가을까지 5∼6개월동안 계속됐으며 비교적 비싼 품삯을 줘 인접한 다른 마을주민들이 『우리도 일꾼으로 써달라』고 했을 정도.
주민 이모씨(52·여)는 『묘 조성이 끝날무렵인 83년 여름께 임시주차장으로 쓴다면서 진입로변 5백여평 인삼밭의 2∼3년생 인삼을 모두 뽑아 일부의 원성을 산일이 있다』고 말했다.
묘는 김포 쓰레기해안 매립지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져 있으며 인천시 백석동과 김포군 경계에서 5백m쯤 들어간 야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조성당시 정회장이 인천시에 3천만원을 희사,국도에서 묘 진입로에 이르는 1㎞의 비포장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하도록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포장도로 옆으로는 현재 해안매립지에 이르는 도로공사가 진행중이다.
한편 묘 양옆에는 묘에 이르는 돌계단이,묘앞에는 해태석상 2개가 있었으나 호화묘라는 주민들의 지적이 일자 현재 모두 흙으로 덮고 잔디를 입혀둔 상태다.<김석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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