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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무기 장난감시장/걸프전이후 “즐거운 비명”(지구촌화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모조 토네이도 전폭기등 수요폭발… 재고바닥/성인용 전쟁전자오락게임도 “불티”
걸프전쟁이 발발하고 각종 첨단무기가 연이어 신문·방송에 소개되면서 영국의 어린이 무기장난감시장과 성인용 전쟁전자게임이 급격한 수요폭발로 즐거운 비명을 올리고 있다.
최근 런던 얼스코트에서 열린 어린이 장난감 전시회에서는 걸프전쟁에서 선보인 첨단무기 모조품 수요가 크게 일었다.
지난 83년 영국·아르헨티나간의 포클랜드 전쟁때 해리어 수직이착륙기 모조품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었듯 이번에도 토네이도 전폭기,재규어 전폭기,링스 헬리콥터,F­117 스텔스전폭기등 다국적군이 사용하는 무기의 모형 장난감 수요가 급증,재고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성인용 전자오락게임 시장역시 급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아메리칸 빅토리 게임사가 만든 『걸프공격』게임은 전쟁 이전에 나온 상품인데 크게 인기를 끌어 전쟁직후 『사막방패작전』이란 이름의 개정판이 나와 있다.
그밖에 닌텐도사의 『탑건』게임은 사용자가 마치 영화 『탑건』에 나오는 주인공과 같은 느낌을 갖게 해줘 대히트를 치고 있고 『F­16 전폭기』등 걸프전쟁에 등장하는 첨단 무기이름을 붙인 전자오락 소프트웨어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러나 성인용 전자게임시장이 영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반면 어린이 무기모형 또는 장난감 시장은 생산업자들이 새로운 첨단무기 장난감생산을 꺼리고 있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달리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성인전자게임은 성인들이 다른 사람의 간섭없이 스스로 선택이 가능한데다 걸프전쟁이 성인들의 주관심사가 되면서 시장확보에 성공하고 있다.
반면에 어린이 장난감시장은 생산업자들이 어린이들의 관심고조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회사이미지 손상」 가능성을 고려,생산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모처럼의 호경기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영국의 어린이 무기장난감 시장은 걸프전쟁의 총아인 패트리어트미사일이나 이라크의 스커드미사일 모형장난감등이 아예 생산도 되지 않아 고객을 돌려보내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어린이장난감 생산업자들이 이같은 신무기 장난감 생산을 기피하는 것은 영국의 부모들이 어린이를 상대로 호전적인 장난감을 사주는 것을 기피하고 이들 장난감을 만드는 생산업자들에 대해 어린이 교육에 해롭다는 이유로 비판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자녀의 장난감을 선택하기 때문에 생산업자들이 이같은 부모들의 성향을 무시했다가 「비도덕적 회사」라는 사회적 비난이 높아지고 회사이미지가 나빠질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호전적 장난감」이 어린이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다년간 연구해온 심리학자 제프리 골드스타인 런던대교수는 『전쟁이 무기장난감에 대한 관심을 일으키는 것은 당연하지만 무기장난감이 전쟁의 원인이라고생각할 근거는 없다』며 부모들의 호전적 장난감 기피현상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보수적이면서 자녀교육에 엄격한 영국부모들의 성향은 이번 걸프전쟁과 관련,영국 장난감 및 놀이기구시장에 상반된 현상을 초래,교육학자들의 새로운 연구대상이 되고 있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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