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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 발사현장 르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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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10일 카메라를 장착한 로봇팔을 뻗어 지구를 촬영하고 있다.[미 항공우주국(NASA) AP=연합뉴스]

꽈르릉 꽈 광-.

미국 동부시간 9일 오후 8시47분. 하나 둘 반짝이는 별이 대서양의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할 무렵 갑작스러운 굉음과 함께 지평선 너머에서 번쩍하는 섬광이 하늘로 퍼져 나갔다. 캄캄하던 세상이 대낮처럼 환해졌다. 눈 깜짝할 사이 주변을 모두 뒤덮을 기세로 퍼진 연기 위로 눈부신 불덩어리가 긴 포물선을 그리며 밤하늘로 솟구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장관에 숨 죽이던 사람들은 그제야 "와"하며 환호했다.

미국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가 발사된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에 자리 잡은 케네디 우주센터. 관람객으로 꽉 들어찬 전망대에서는 수백 명의 스웨덴 관광객이 자국 국기를 흔들며 열광했다. 특수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타고 온 노인 단체 관광단도 보였다. 막 발사된 디스커버리호에 스웨덴 최초의 우주인 크리스터 후글상이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까지만 해도 낮게 깔린 구름과 거센 바람이 미 항공우주국(NASA) 관계자들을 애태웠다. 하지만 날이 저물면서 거짓말처럼 하늘은 활짝 개고, 바람은 잦아들었다. 그러자 케네디 우주센터와 인근 고지대로 구경꾼이 몰리기 시작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았다. 2003년 지구로 귀환하던 컬럼비아호 폭발사고로 7명의 승무원이 모두 숨진 뒤 중단됐던 우주왕복선 발사가 3년 만에 재개되는 데다 2002년 이후 금지돼 온 야간 발사도 다시 시도됐기 때문이다.

안전하게 궤도에 진입한 디스커버리호는 21일까지 12일 동안 국제우주정거장을 보수할 예정이다. 전기배선을 교체하고, 새 장비를 옮겨 싣는다.

대서양 하늘에 한 점으로 사라져 가는 디스커버리호를 보면서 2008년 4월 러시아의 우주센터에서 쏘아 올려질 한국 최초의 우주인을 열광할 우리의 모습이 오버랩됐다.

케이프 커내버럴=원동희 중앙데일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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