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뀌는 친노파 주류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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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 열린우리당의장(中), 김한길 원내대표, 박병석 비대위원(左)이 11일 의원총회 시작 전 이야기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여권 내 친노(親盧) 세력의 상징과 힘은 '국민참여 1219(국참)'였다. 국참은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을 만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주도 세력이 정치권에서 세운 단체다. 국참의 초대 의장은 영화배우 명계남씨다. 명씨를 비롯해 정청래 의원 등 국참의 핵심 인사들은 대선 때 노란 풍선을 띄우며 '노풍(盧風)'을 일으켰다.

열린우리당이 최근 '신당 논쟁'에 휩싸이면서 친노 세력의 주류에 변화가 생겼다. 국참이 상대적으로 주춤하고 신주류가 부상하고 있다. 신주류는 친노의 한 축이었던 '참여정치실천연대(참정연)'다. 참정연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심인 단체다.

10일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지도부 해산과 창당 정신 사수"를 외치며 열렸던 '친노파 당원대회'도 참정연이 주도했다. 당의 핵심 관계자는 "형식적으로는 참정연과 국참.의정연구센터(의정연).신진보연대 등 당 사수 세력이 공동으로 행사를 이끌었지만 참석자의 70%는 참정연 소속 당원으로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김형주.이광철.유기홍 의원과 김두관 전 최고위원은 모두 참정연 멤버다. 사회를 보며 "대통령 때문에 금배지를 단 ×들은 (대통령을) 욕하면 안 된다"고 발언한 노민호 당원도 같은 소속이다. 행사에 참석한 한 당직자는 "마치 참정연 행사 같았다"고 했다.

친노파의 신주류로 참정연이 부상한 이유는 뭘까.

우선 국참의 내부 사정이 한몫하고 있다. 국참의 핵심인 정청래 의원이나 이상호 전 청년위원장은 정동영 전 의장과 가까운 사이다. 정 전 의장은 통합신당파로 분류된다. 당 사수를 외치는 친노파 세력과 노선이 다르다.

이 때문에 국참의 핵심들이 참정연이나 의정연이 주도하는 당 사수 운동의 전면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또 국참이 상대적으로 참정연에 비해 현역 의원 수도 적다. 국참에서 명계남씨의 활동도 예전같이 활발하지 않다.

노 대통령 직계 의원들의 모임인 의정연은 이화영 의원이 '친노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나 당원 세력에서 참정연에 미치지 못한다. 그래서 동원 능력이 떨어진다. 게다가 의정연 소속 의원 내부에선 신당에 동조하는 견해도 있다. 당 외곽 세력으로 남아 있는 노사모 조직은 장내 정치에 아직 뛰어들지 않았다.

노사모 출신의 당 관계자는 "현재 참정연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당원 수준의 세력으로는 노사모와 가까운 국참이 만만치 않다"며 "이들의 노 대통령 돕기가 본격화하면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참과 참정연이 현재는 신당파에 맞서 힘을 합치고 있지만 처음부터 두 세력이 불편한 관계인 점을 감안하면 언제든지 세 싸움을 벌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용호 기자 <novae@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jongt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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