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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 cover story] 물 좋다 소문난 백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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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병에 걸린 해녀들이 며칠만 머물다 가면 다시 '물질'을 나갔다는 곳. 15세기 서거정.성현.이산해 등 사대부들이 '한 표주박 물로도 온갖 병이 다 낫는다'며 칭송했던 곳. 일제가 부산 해운대를 온천으로 개발하기도 전인 1917년에 이미 온천장 영업이 개시됐던 곳.

경북 울진의 백암온천은 가위 '온천의 전설'이다. 세월이 흘러도 백암의 효험은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다. 온천을 말할 때 백암은 늘 최고였다. 하지만 과학적 증거는 없다. 최고온도 52도, 딴 데에선 발견되지 않는 '라듐'이란 방사능 물질, 알칼리성이 강하고 20가지가 넘는 광물질을 다량 함유했다는 게 여태 밝혀진 백암 물의 정체다. 다른 물보다 월등하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백암은 이름도 천상 온천이다. 백암의 주소는 울진군 온정면 온정리. 동네 이름이 '따뜻한 우물(溫井)'이다. 지리적 여건도 그렇다. 백두대간 끄트머리 백암산(1천4m)을 뒤에 두르고 40리 안쪽에서 동해바다를 바라본다. 산과 바다의 광물을 한껏 머금고 있다는 얘기. 하루 7천5백t의 수량도 풍부하다.

한화콘도 뒤편 백암산 등산로 들머리의 허술한 약수터. 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이 물은 식수가 아니다. 광물이 워낙 많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콘도 측도 "물을 마시지 마라"고 누차 당부한다. 그런데도 전국에서 물통을 들고 찾아든다. "식수가 아니라는데"라며 딴죽을 걸었다가 봉변당할 뻔했다. "30년 변비가 없어졌다" "어깨 결림이 가신다" "아들 녀석 종창이 가라앉았다".

온천 영업장 20여곳 대부분이 '원탕(源湯)'간판을 내걸고 있다. 누가 진짜 '원탕'이냐 물으니 답변이 전부 달랐다. 끝내 탐문을 멈춰야 했다. 이웃간에 싸움날 뻔했다. "시설이 어떠냐"고 묻는다면 "물은 참 좋더라"고 말하겠다.

백암=손민호 기자

▶ 여행쪽지=백암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7번 국도 위 평해에서 88번 국도를 따라 20분, 중앙고속도로 풍기나들목에선 2시간 넘게 걸린다. 숙박은 한화콘도 백암(054-787-7001), 다른 숙박시설은 온정면사무소(054-787-3001)에 문의. 동해안이 지척에다 불영계곡·성류굴 등 가볼 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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