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여야 조기진화 안간힘/「수서의혹」 후유증 최소화 공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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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거액 뇌물설에 불똥튈까 고심/야도 지자제 연기 이의 없는듯
수서사건이 청와대로 불똥이 튀고 정치권에 거액뇌물설까지 나돌자 청와대·민자당·평민당과 회건설위등 관계 기관·정당들은 사태를 조기진화하느라 부심하고 있다.
청와대와 여야는 모두 자칫하면 정치권 전체의 함몰로 공멸한다는 인식이어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도 최단기일안에 끝내 진상해명이라기 보다는 진상규명의 보류에 합작하고 있는 인상이다.
○…당초 수서사건을 가볍게 보고 어물쩍 넘어가려던 청와대측은 사태가 심각하게 번져 통치권에 관한 문제로 비화되자 장병조 비서관 수준에서 사건을 마무리키로 하고 그 후유증은 검찰수사로 빨리 처리한다는 쪽으로 선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의 검찰수사 불가방침과는 달리 『주초부터 사건내사를 벌여왔다』며 『사건보고를 받은 노대통령도 불쾌하게 생각했다』고 불길이 위로 치솟지 못하게 방어선.
청와대측은 8일 장병조 문교체육비서관의 사표를 받고 『어떤 조사도 받을 것』이라고 했으나 징계나 문책조치가 없어 여전히 꺼림칙한 뒷맛.
○…민자당 당직자들은 사태발생 초반에는 침묵을 고수하면서 사태의 진전과정을 조심스럽게 관망하는 자세였으나 6일 김운환의원의 『김종인 청와대경제수석이 건설위 청원심사당시 오용운 위원장에게 전화로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했다』는 발언을 계기로 사건의 초점이 청와대와 여권전체로 집중되게 된데 대해 몹시 난처해하는 모습.
김의원의 발언은 본인의 사후 부인에도 불구하고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 된데다 최고 통치권자까지 수서특혜에 관련시키는 내용이어서 수습책 강구보다는 빨리 시간이 가야한다는 생각들.
정순덕 사무총장과 김윤환 총무 등도 사태발생후 지금까지 줄곧 『정부측의 조사과정을 지켜보자』며 정부쪽에 일임한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7일 고위당직자 회의에서도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는 어정쩡한 결론만 내렸을 뿐.
민자당내에는 이에 따라 3월중 실시예정인 지자제선거를 늦출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팽배.
○…8일 김영삼대표의 주례 청와대회동에서도 사태의 조기수습을 위한 신속한 진상규명과 관련자 문책,수서택지분양의 전면백지화를 건의하면서 지자제선거 연기문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 지도부에서는 수서파문으로 한달남짓 남은 지자제득표에 어려움이 있는데다 선거법 개정협상도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어 연기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하다.
더욱이 한보가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렸다는 소문때문에 모두 불길이 튈까봐 전전긍긍.
○…평민당은 6일 오전까지만 해도 『비리가 확인되면 백지화해야 한다』는등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다 김운환의원의 발언으로 의혹의 시선이 청와대로 쏠리자 7일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전면백지화·국정조사권 발동 등 강공으로 태도를 변화.
그러나 7일 저녁 국회본회의에서 김광일의원(민주)의 『회기를 연장해서 진상을 규명하자』는 발언에는 민자·평민 모두 냉담한 반응을 보여 평민당도 내심으로는 불똥이 평민당으로 튀지않는 선에서 조기 수습되기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총재의 동교동자택에도 『이러다가는 지자제에서 서리를 맞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전화가 많이 걸려오는 것으로 알려져 지자제 실시연기에 별다른 이의는 없을 듯.
○…국회 건설위에서 지난해 12월 청원심사를 한뒤 결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하지도 않은채 국회 사무총장명의로 관계부처에 발송한 것은 건설위에 대한 외압과 로비설이 건설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심증을 주는 대목.
박상문 국회 사무총장도 7일 운영위에서 『행정관례상 본회의에 부의되지 않은 청원결과도 정부이송이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청원을 지난해 12월11일 오전 소위와 오후 전체회의를 거쳐 이틀만에 발송했고 ▲서울시의 모호한 태도에도 불구,본회의에 부의하지 않고 변칙처리한 점은 의문으로 남는다.
13대 들어 행정부가 처리하기 곤란한 사안을 국회청원형식으로 정치권의 힘을 빌려 해결한 사안은 지난 88년 금오공대 국립화청원과 수서특혜분양 등 2건뿐이다.<김두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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