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경제 전망 빗나가 기업 경영에 혼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 '뒷북 치기'식 환율 전망=환율이 1100원을 밑돌던 지난해 말 대다수 경제연구기관은 올 평균 원-달러 환율을 1000원 내외로 잡았다. 삼성경제연구소(소장 정구현)는 1014원, 현대경제연구원(원장 김주현)은 1010원, 한국경제연구원(원장 노성태)은 1006원, LG경제연구원(원장 이윤호)은 990원 등이었다. 그러나 불과 한 달도 안 돼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자 연구기관들은 환율 전망치를 960~980원으로 낮췄다. 970원대에서 움직이던 환율이 4, 5월 들어 다시 하락세를 보이며 940원대로 떨어지자 연구기관들은 전망치를 다시 수정해 내놓기 시작했다.

LG경제연구원은 연평균 945원, 한국경제연구원은 938원, 현대경제연구원은 940원으로 다시 낮춘 것. 올해 평균 환율은 950원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같은 '뒷북 전망'은 최근 환율이 910원대로 급락하면서 재연되고 있다. 대다수 연구소들은 지난달 내년 평균 환율을 920원대 중반으로 내다봤으나 현실은 벌써 전망치 아래로 내려갔다. 연구소들은 내년 환율 전망을 또다시 낮추는 작업에 들어갔다.

◆ 경제성장률 예측도 들쭉날쭉=2002년부터 2006년까지 한국은행과 민관 경제연구소들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와 실적치 오차는 최대 4%포인트에 달했다.

2002년의 경우 연구기관들은 4% 안쪽의 성장률을 점쳤지만 실제 그해의 성장률은 7.0%에 달했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을 미처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전년도인 2001년에는 반대로 연구기관들이 5% 이상의 비교적 높은 성장률을 점쳤으나 그해 실적치는 3.8%에 그쳤다.

2005년과 2006년에는 비교적 오차가 적었으나 추세 진단에서는 오류가 눈에 띈다. 지난해 말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 4.8% 성장을 전망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성장률도 높아지고 내수도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현실은 상반기에 6% 가까운 성장을 한 뒤 하반기에 침체의 늪에 빠져 있다.

◆ 왜 그럴까=전문가들은 정확한 경제전망치를 내놓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경제가 국제유가나 세계경제 같은 외부 변수나 북핵 사태 같은 돌발 변수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홍순영 삼성경제연구소 상무는 "외부의 환경에 민감한 수출에 큰 영향을 받는 우리 경제의 특징이 경제전망을 어렵게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경제전망의 중요성을 생각하면 연구소들이 예측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자꾸만 바뀌는 경기전망이나 환율 예측 때문에 경영계획을 세우기 몹시 어렵다"고 말했다.

이현상.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