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도 지금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적정 수준보다 아직 낮다는 분석(한국금융연구원)이 나왔다. 또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비해 금융감독 당국이 은행 등의 주택담보대출 시장을 더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 계속 오르는 대출금리=지난 주말 시중은행들은 주택대출 금리를 일제히 연중 최고 수준으로 올렸다. 8일 현재 우리은행의 주택대출 금리는 연 5.41~6.71%, 신한은행의 금리도 5.51~6.81%로 연중 최고 수준이다. 외환은행의 주택대출 금리 역시 5.61~7.01%로 올 들어 가장 높아졌다. 국민은행도 11일부터 한 주일 동안 주택대출에 연중 최고치인 5.72~6.72%를 적용키로 했다.
이 같은 금리인상은 기준금리인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주택대출금리는 CD 금리에 은행별 가산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91일물 CD 유통수익률은 8일 기준 4.71%로 2003년 3월 말 이후 3년8개월여 만에 최고치다.
최근 CD 금리 오름세에는 한국은행의 예금 지급준비율 인상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준율 인상으로 은행들이 추가로 한국은행에 적립해야 할 자금을 CD 발행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수록 실제 콜금리가 따라 올라가고 있다. 내년 초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얘기다.
◆ "대출금리 그래도 낮다"=금융연구원 하준경 연구위원은 10일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위험 프리미엄' 보고서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승하고는 있으나, 여전히 적정 수준에 비해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금리에 추가되는 위험 프리미엄(위험도만큼 더 받아야 하는 금리)의 수준에 문제가 있다고 지목했다. 주택시장이 달아오르고 담보대출이 급증하는 바람에 리스크(위험도)가 커지고 있는데도 실상은 저평가돼있다는 것이다.
그는 "서울 지역 아파트 투자수익률이 11월에 5%를 넘는 등 전형적인 거품 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택투자의 리스크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며 "감독 당국은 건전성 감독 차원에서 현 금리가 주택시장의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주택담보대출이 위험한 만큼 은행들은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이야기다.
◆ 빚 갚을 능력 약해져=개인의 금융자산에서 금융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52.9%까지 높아졌다. 미국보다는 20%포인트나 높은 것은 물론, 일본.영국보다도 높다. 금융자산으로 빚 갚는 능력이 그만큼 약하다는 얘기다.
금리가 오를수록 가계가 빚 갚을 능력은 더 약해진다.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이 시중금리가 오를수록 금리도 높아지는 변동금리형이기 때문이다. 7월 현재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형은 금액 기준으로 무려 97.6%에 달한다.
금융연구원 이명활 연구위원은 "현 주택담보대출은 만기 연장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거나 금리 급등으로 이자부담이 가중될 경우 부실화 우려가 있다"며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라고 말했다.
◆ 버블 붕괴 위험 있나=아직까지는 붕괴 가능성이 작다는 의견이 많다. 예컨대 1990년대 일본의 버블 붕괴 당시엔 주택담보대출 비율(LTV)이 거의 100%에 달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40%에 불과하다.
금융감독원도 금융회사들이 채무상환능력평가 도입 등을 통해 일찍부터 건전성 관리에 착수한 점 등을 들어 아직은 큰 문제가 아니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금융연구원 강종만 선임연구위원은 "신중하고 점진적인 금리 인상, 선제적인 통화량 축소, 금융회사 간 과당 경쟁 억제, 주택금융의 장기화 및 고정금리 전환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중국도 부동산 버블 경고=중국에서도 주택가격이 계속 큰 폭의 오름세를 거듭하고 있고 부동산 신용대출 규모가 급증하는 데 대해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중국 인민은행은 최근 '2006년 금융안정 보고'에서 "금융기관들은 부동산 시장 파동으로 초래될 수 있는 잠재적 리스크를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특히 현재의 부동산 가격 추세에 대해 "잠재적인 폭락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에 따라 "인민은행이 부동산 정책의 지속성을 지키면서 부동산에 대한 과다 투자 억제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말 현재 중국의 16개 주요 은행의 부동산 신용대출 규모는 2조258억 위안(약 238조2950억원)으로 전년에 비해 1772억 위안(약 20조8440억원) 증가했다.
이상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