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무기산업/걸프전장에 “군침”(세계의 사회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탱크등 판촉에 열올려/냉전종식으로 한때 사양길
이번 걸프전쟁으로 체코슬로바키아의 무기산업이 소생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체코는 한때 거대한 무기산업을 자랑했으나 냉전종식과 지난 89년의 공산정권 붕괴로 말미암아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전쟁발발 약 1주일전 이리 딘스트비어 연방정부 외무장관이 걸프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와 체코의 무기에 대한 각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무기수출확대에 대한 기대를 비췄다.
딘스트비어 장관은 특히 다국적군에 합류,사우디에 파병된 체코의 대 화학무기 전문요원이 보유하고 있는 화학전용 장비가 다국적군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강조했다.
체코는 비전투요원이긴 하지만 이라크의 화학무기 공격에 대비한 제독전문요원 1백85명을 파견했다.
체코는 89년말 공산정권이 붕괴하기 전까지는 1백11개의 무기공장을 보유,규모면에서 세계 굴지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체코에서 생산된 각종 무기는 거의 바르샤바조약군에 보급되었다.
체코가 생산하는 무기의 종류는 소련이 개발한 T72탱크,BVP1,2장갑차,경비행기 및 AK47 자동소총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체코의 무기산업에 종사하는 종업원수만해도 10만명이 넘으며 연간 총매출액이 수억달러에 이른다.
스톡홀름의 SIPRI(국제평화연구소)는 체코의 89년도 대외무기 수출실적은 2억8천7백만달러(한화 약 2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체코가 생산한 몇몇 치명적인 무기가 국제테러집단등 검은손에 넘어가 큰 사건을 일으킨 적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지난 88년 스코틀랜드 상공에서 팬암점보제트기가 폭발,2백70명 전원이 사망한 사건이다.
이때 사용된 것이 체코제 폭탄「셈텍스」였다.
지난해 바츨라프 하벨 체코 대통령은 앞으로 무기수출이 중단되더라도 리비아등 다른 국가들에 팔린 무기만으로 국제테러리스트들이 최소 1백50년간은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체코제 무기가 전세계에 퍼져있음을 시사했다.
하벨 대통령은 집권직후 오는 93년까지 무기생산 능력을 88년의 25% 수준까지 대폭 축소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체코는 산적한 사회·경제문제 해결 및 무기생산공장을 다른 시설로 전환시키는 데 소요되는 외화를 충당하기 위해 무기수출을 계속하고 있다.
중무기공장이 밀집돼 있는 슬로바키아공화국의 얀 카르노구르스키 부총리는 지난 1월 『무기산업을 억제할 경우 수만명의 실업자가 생길 것』이라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지적했다.
슬로바키아공화국의 경제장관 요제프 베르차크도 무기생산을 중지할 경우 매년 1백억크라운(약 3억7천만달러)의 손실이 생기며 9천명의 직접종사자와 6만명의 관련산업 종사자가 타격을 입는다고 말했다.
체코 연방정부는 지난해 11월 서명한 CFE(유럽통상전력교섭) 조약에 따라 탱크 1천6백대,장갑차 2천3백대,항공기 24대를 폐기했다.
그러나 체코 연방정부의 대외무역차관 이리 브라베크는 『CFE조약으로 인해 이미 생산,처분해야할 무기의 절반도 채 못팔았으며 이들을 팔지 못하면 폐기시켜야 한다』고 말해 무기수출을 당분간 계속할 뜻임을 비췄다.
또한 인드리히 라코 연방정부 대외무역부 대변인은 『체코는 걸프시장에 진출할 의사가 있으며 특히 탱크를 수출하고 싶다』고 걸프전쟁을 통해 무기판매 수입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화가 되면서 무기산업 대신 생필품산업에 주력해야 할 체코슬로바키아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걸프지역 무기시장을 두드리고 있다.<김국진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