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뭘하고 있나/김석기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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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수서지구 택지특별분양시비로 온 나라가 시끌시끌한 가운데서도 유독 검찰만은 강건너 불구경하듯 방관자세다. 의원뇌물외유사건이나 예능계 입시부정 수사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검찰은 『지금까지 드러난 바로는 서울시가 26개 주택조합에 택지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특혜가 있는 것은 사실인것 같으나 이는 정책결정의 타당성에 관한 문제일뿐 한보주택이 로비를 하면서 금품을 건네준 흔적이 없어 수사착수를 하지않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검찰권 행사의 선후관계를 간과한 설명으로 들린다. 범죄혐의유무는 관련자소환등을 통한 수사를 거쳐 규명하는 것이지 문제제기단계에서 떠도는 소문이나 설만으로 미리 결론을 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간에서 「6공비리」라고 일컬어지는 이 의혹에 쏠린 국민의 관심과 광범한 파급영향을 감안할때 그같은 교과서적인 설명만으로는 뭔가 석연치않다는 지적이다.
수사가 형사처벌을 전제로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이번의 경우 국민의혹이 큰만큼 진상을 규명하는 차원의 적극적인 내사라도 벌여야 하는 것이 사정기관의 응분의 책임이며 도리라 할 것이다.
이번 사건에 있어 초점은 한보그룹이 벌인 로비의 내용과 방법,그 과정에서의 뇌물수수가능성이나 그것만이 법률검토대상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검찰은 ▲한보의 토지매입과정에서 정당한 토지거래허가가 있었는지 ▲서울시의 특별분양결정이 벌률적인 기속행위인지 재량행위인지 ▲공영개발계획의 사전누설여부 ▲공영개발택지에 주택조합을 짓는것이 가능한지 ▲서울시 결정번복과정에서의 직권남용여부 ▲제소전 화해방식의 불법 이용여부등도 수사를 통해 진상을 가려야 할 것이다.
이같은 수사요인을 외면하면서까지 검찰이 선뜻 나서지못하는 진짜 이유는 범죄혐의포착의 어려움보다는 워낙 이번 의혹에 연루된 당사자들이 「힘있는 기관」여러곳에 걸쳐있어 엄두를 내지 못하는게 아니냐는 소리마저 들린다.
검찰이 이 사건을 외면하는 것 자체가 이 사건에 대한 또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조만간 「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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