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브룩헤이븐 연구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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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뉴욕 근교 롱아일랜드에 자리잡은 국립 브룩헤이븐 연구소는 우리 방문객들에게 조용한 전원도시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6백58만평의 광활한 터전에 갈 정돈된 숲과 잔디·도로 사이로 띄엄띄엄 들어선 각종 건물에서 3천3백여명의 두뇌들에 의해 최첨단의 과학기술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리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2차대전까지 군대가 주둔하던 업튼 캠프였던 이곳은 전쟁중 원자폭탄을 연구하던 과학자들이 기초과학 연구를 위해 정부에 요청, 47년 이 연구소를 세웠다고 한다.
우리 연수단 일행을 맞은 이영용 박사는 가속기 및 입자 물리학의 권위자로 몇년전 노벨상에 도전하는 한국인 과학자로 TV에 소개됐던 분이라고 했다.
이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브룩헤이븐 연구소의 연구과제는 물리·화학·생물학·의학·에너지 등이며 최근엔 환경분야에도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특히 가속기와 입자물리학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고 있으며 그동안 노벨상을 수상한 3개 연구중엔 이박사가 공동 참여한 것도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브룩헤이븐 연구소의 독특한 운영 방식이었다.
미국정부 에너지부에 소속돼 있으면서도 동부지역 대학 연합체에 의해 공동운영돼 연구의 독립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즉 어느 기업체나 대학도 이 연구소의 시설을 무료로 이용, 연구·실험에 참여할 수 있으며 다만 비밀연구에만 사용료를 받는다는 설명이었다.
우리 일행이 처음 방문한 방사광원 연구소는 가속장치를 통해 강한 X선과 자외선을 만들어 실험에 이용하고 있었는데 2백50여개의 대학과 기업체가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이 시설을 이용한 IBM회사는 0·5마이크로미터의 컴퓨터칩을 개발한데 이어 현재는 더 작고 고밀도의 칩 생산에 도전하고 있으며 다른 기업체들도 자신들에 필요한 촉매연구·합성물의 물리적 구조 연구 등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방문한 곳은 방사능을 이용해 알콜이나 코카인등 약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실험실이었다.
즉 방사능을 내는 물질과 적은 양의 약물을 인체에 투입, 그 이동경로를 추적하는 실험을 통해 약물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는 방법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곳은 브룩헤이븐 연구소의 극히 일부에 불과했지만 첨단 과학기술이 얼마나 많은 분야에 응용될 수 있는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또 이 연구소에는 이박사 등 한국인 과학자 8명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고 우리 학생들도 언젠가는 세계의 두뇌들과 어깨를 겨룰 날이 있을 것이란 다짐을 새롭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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