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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원장이 "별난" 배드민턴광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스포츠에 매료된「스포츠 광」은 많다.
그러나 스포츠맨 출신이 아니면서 전문 스포츠인으로 활약하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 않다.
산부인과 박사인 종합병원장이 배드민턴 공인 심판겸 국가대표팀 팀 닥터에 인천 배드민턴 협회장까지 맡고있어 「별난 인물」로 체육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전현수(전현수·41) 박사.
종합 병원장이 비인기 종목의 협회장을 맡는 경우도 극히 드물지만 병원일을 뒤로 미루고 코트에 올라가 휘슬을 부는 것은 국내 체육역사상 처음 있는 일.
인천 대인병원장인 그는 각종 국내대회가 열리면 어김없이 경기장에 나타나 선수들의 플레이모습을 지켜보고 경기도중 부상하거나 근육경련을 일으키는 선수를 보면 소매를 걷어붙이고 응급조치를 해주는 일을 도맡아 의사로서의 진면모를 유감없이 발휘, 선수들로부터는「자상한 형님, 마음씨 좋은 의사 심판 선생님」등으로 불리기도 한다.
전박사가 배드민턴계에서 정열을 불태우게 된 것도 국내 스포츠계가 온통 아시안게임 준비로 열을 올리고 있던 86년 인천 배드민턴 협회가 회장이 없어 쩔쩔매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고 『협회 운영비를 지원하는 정도라면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기꺼이 돕겠다』며 회장직을 재임했던 것이 계기.
『처음에는 아주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경기장을 찾아다니다 보니 나도 모르게 그만 배드민턴에 빠져들고 말았지요』
이 때문에 그는 87년 북경 세계선수권 대회에 팀 닥터로 참가하게 됐고 88년에는 말레이시아세계선수권대회 한국선수 단장을 맡아 단체전 은메달을 따내는데 한 몫을 톡톡히 해내 이듬해에 체육 훈장 기린장을 받게된다.
『한국선수들의 기량은 세계적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국제대회에 나가보면 심판들의 불합리한 판정 때문에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아요. 그렇지만 한국인으로서 국제 심판을 맡은 분은 단 한명밖에 없으며 지위가 약해질 수밖에 없고 특히 선수들이 언어의 장벽 때문에 항의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더군요.』
이같은 이유로 인해 전박사는 틈나는대로 전문서적을 탐독, 88년에 일단 국내심판 자격을 따내게 됐고 그간의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금년에는 국제 심판자격 시험에 응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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