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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을 보면 선후진국을 구별할 수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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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에 나가 화장실에 가보면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 후진국인지 알 수 있다."

누가 처음 한 말인지 출처를 확인하기 어렵지만 말 그대로 공중 화장실은 한 나라와 도시의 경쟁력과 문화 수준을 알 수 있는 바로미터로 인식되고 있다. 한동안 우리나라를 찾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장 나쁜 기억으로 '불결한 화장실'을 꼽았을 정도로 화장실은 국가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이처럼 공중 화장실의 중요성을 인식한 각 나라의 도시와 업체들이 이미지 업그레이드 차원에서 깨끗하고 특이한 화장실을 마련하고 나섰다.

2008년 올림픽을 앞둔 중국 베이징(北京)은 2002년 한.일 월드컵을 통해 '화장실 선진국'의 이미지를 심은 한국의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한국의 심재덕 국회의원과 중국의 리샤오린(李小林) 우호평화발전기금회 이사장이 11월 9일 체결한 각서에 따르면 "한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수 있도록 화장실 분야 기술과 경험을 제공하고, 중국은 2007년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화장실협회 창립총회에 이사국으로 참여한다"고 합의했다.

베이징은 이미 전쟁터에 있을 법한 방탄 화장실을 시내 광장에 세우며 화장실 업그레이드 의지를 전 세계에 알렸다. 9월 초 중관춘(中關村) 광장에 설치된 이 화장실은 무게 15t에 30㎝ 두께의 방탄소재가 사용됐다. TNT급 위력의 폭탄이 터져도 전혀 피해가 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80만 위안(약 1억원)으로 전해졌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중국의 일부 네티즌은 "혈세를 낭비했다"며 비난을 퍼부었다. 그러나 방탄 화장실은 9.11테러 사건 5주년을 맞이한 미국을 은근히 자극하며 홍보 차원에서는 만점 효과를 올렸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대부분의 공중 화장실은 '완전 개방식'이다. 칸막이가 있다 해도 높이 1m 정도라 옆 사람끼리 용변 모습을 보기 싫어도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외국인들은 기겁하며 화장실 사용을 꺼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사치에 있어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하는 홍콩은 명성에 걸맞게 황금 화장실이 자랑거리다. 홍콩의 한 보석상이 480만 홍콩 달러(약 57억원)를 들여 황금과 보석으로 꾸민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비싼 화장실로 평가받고 있다. 변기.세면기.화장지걸이.거울틀.타일.문 모두 황금으로 만들었다. 휴지 빼곤 모두 황금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보석상 주인은 자신의 가게에서 일정 액수 이상의 보석을 사면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황금 화장실을 구경하려는 관광객이 가게에 몰리면서 직원들이 불친절하게 굴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이면서도 지저분함에 있어서 악명이 높은 미국 뉴욕에 청결한 화장실이 생겼다. 바로 미국의 한 화장지 업체가 제품 홍보를 위해 11월 19일부터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인근에 운영하고 있는 화장실이 주인공이다. 업체 측은 30명의 인부를 고정적으로 투입해 화장실 청결을 유지하고 있다. 모두 20칸의 1인용 화장실이 있는데 어디가 비었는지를 알리는 표시등이 있어 편리하다. 대기실에는 마치 호텔 로비처럼 평면 TV, 벽난로, 커다란 곰 인형, 고급 소파가 구비돼 있다. 이 화장실은 크리스마스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무료다.

사족 하나. 최근 CNN머니는 '부자 되기 수칙 25가지(25 rules to grow rich by)'를 소개했다. 첫 번째 수칙은 "집을 팔 때 값을 올려 받으려면 부엌이나 창문보다 화장실을 먼저 고쳐야 한다"였다. 투자 수익률 면에서 화장실은 102%로 가장 높았고, 부엌과 창문은 90%에 불과했다.

강병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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