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발차기 마술' 부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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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렇게 킥(발차기)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을까."

도하 아시안게임 수영 남자 자유형 3관왕 박태환(17.경기고)의 킥 방법에 국내외 수영계가 주목하고 있다.

수영의 발차기는 크게 세 종류로 나뉜다. 통상적으로 단거리에서는 한 번 스트로크에 여섯 번 발차기를 하는 6회 킥을 하고, 장거리에서는 각자 페이스에 맞춰 4회 킥이나 2회 킥을 한다. 2회 킥은 하체 힘을 적게 쓰는 대신 상체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4회 킥은 반대로 상체 힘을 비축하고 하체를 많이 쓰는 것이다. 일반 주로에서 4회 킥을 하는 선수는 중간에 2회 킥으로 바꾸기가 쉽지 않다. 몸의 균형을 잃기 쉬운 데다 어색하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두 번씩 차는 선수도 중간에 네 번으로 늘리기 어렵다.

8일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박태환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고 있다. [도하 AP=연합뉴스]

그러나 박태환은 다르다. 자유형 1500m 결승에서 박태환은 초반에는 2회 킥을 하다가 필요에 따라 4회 킥으로 자유자재로 횟수를 바꾸고 있었다. 턴을 전후한 5m 구간에서는 가속도를 높이기 위해 6회 킥을 했다.

안창남 KBS 수영 해설위원은 "발차기 횟수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킥이 자유롭다는 것이고, 이는 호흡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는 말"이라며 "선천적인 리듬감 없이는 흉내내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안 위원은 "다리가 힘들면 발차기 횟수를 줄이고 상체를 좀 더 활용하고, 다리에 힘이 남으면 킥을 자주 해 힘을 안배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장거리에서 절대 유리하다"고 말했다. 이런 예는 세계적으로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여자 경영 최장거리인 800m에서 우승하는 등 3관왕에 오른 재닛 에번스(당시 16세)가 이 같은 영법을 구사했다고 안 위원은 전했다. 에번스가 89년 작성한 800m 세계기록(8분16초22)은 17년이 지난 지금도 난공불락의 아성으로 남아 있다. 에번스는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도 금 1개(800m), 은 1개(400m)를 따낸 뒤 은퇴했다. 박태환은 좌우로 번갈아 호흡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이는 항상 경쟁 선수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스퍼트를 할 수 있어 기록단축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박태환은 200m.400m.1500m에서 우승할 당시 매번 2위로 골인한 장린(중국)의 얼굴을 쳐다보며 수영했다.

도하=신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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