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득 어려운 검찰태도/이상언 사회부기자(취재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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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우리 검찰은 과연 독자성과 중립성을 지닌 준사법기관으로 기능하고 있는가.
지난 26일과 28일 사이에 완전히 뒤바뀐 뇌물외유사건 관련의원 세명에 대한 영장 청구시기 변경은 검찰이 독립성을 상실한채 정치권의 영향을 너무 받는 것이 아니냐는 강한 회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물론 세의원을 하루라도 일찍 구속하는 것이 지선도 아니고 『민생문제와 걸프전쟁 등 중요현안이 계류된 이번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을 처리치 않는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 영장청구를 임시국회 이후로 미루고 있다』는 검찰의 설명을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검찰이 회기중 구속영장 청구를 거듭 비춘 지난 26일에도 걸프전쟁은 계속됐고 국회에 민생문제가 계류중인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무엇보다 개운치 못한 것은 26일 오후 열린 당정협의에서 집권여당측이 회기중 구속영장 청구에 반대했다는 보도가 나온뒤 검찰의 영장청구 보류방침이 굳어졌다는 점이다.
물론 검찰이 좌충우돌식으로 수사를 진행하거나 영장을 무조건 청구해 국회운영에 파란을 일으켜 제2의 공안정국을 초래하는 것이 바람직스럽다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 관한한 검찰은 당초 방침대로 영장을 청구하고 체포동의안 처리는 국회에 맡겼어야 했다는게 검찰 내부는 물론 법조계의 지배적인 견해인 것 같다.
비슷한 케이스로 89년 9월 정기국회중에 국회가 박재규 의원의 수뢰사건 체포동의안을 처리해 주지 않자 검찰은 회기뒤인 지난 2월 박의원을 구속한 전례가 있다.
박의원 사건은 검찰이 정치권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회기중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체포동의안 처리는 국회의 판단에 맡겼다는 점에서 검찰의 독립성도 유지하고 정치판도 깨지 않는 좋은 선례였다는 평을 들었었다.
정치권을 지나치게 의식한(?) 이번 외유사건 처리에 관한 검찰의 석연찮은 태도는 많은 국민들로부터 『이번 사건 수사착수 자체가 검찰이 독자적으로 한 것이 아니어서 신병처리에서도 독자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것 같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
준법과 정치는 엄연히 구별돼야 하며 검찰의 중립성과 독립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져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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