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론스타 수사, 얻은 것과 잃은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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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2003년 이뤄진 외환은행 매각은 '불법'이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왔다. 이 사건을 수사해온 대검 중앙수사부는 "당시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이강원 외환은행장이 론스타와 결탁해 은행 부실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정상가보다 최소 3443억원, 최대 8252억원 낮은 가격에 은행을 팔았다"는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 발표대로라면 론스타는 로비 등 불법 행위를 통해 외환은행을 헐값에 사들인 뒤 비싼 값에 팔고 해외로 달아나려 했던 셈이다. 자칫 엄청난 국부가 해외로 유출될 뻔했는데 검찰 수사로 이를 차단했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검찰 수사 결과에 박수만 칠 수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앞으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남아있는 데다 그동안 구속영장 청구 과정에서 빚어졌던 법원과의 갈등으로 인해 사실상 반쪽 수사로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이번 검찰 수사 발표를 보면 외환은행 불법 매각의 주역은 변양호 전 국장과 이강원 전 행장이다. 그럼에도 변 전 국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두 차례나 기각됐다. 특히 검찰은 당시 경제 부총리나 청와대 관계자 등 '윗선'에 대해선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 하지만 재경부 국장과 해당 은행장이 독자적으로 은행 매각 결정을 내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니 검찰이 '몸통'을 규명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론스타 간부 등 중요 인사들의 신병을 확보하지 못해 어려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9개월간의 수사 결과라 하기엔 초라하다.

더 큰 문제는 만의 하나 이번 수사가 무리한 것으로 판명나는 경우다. 해외 자본이라고 해서 국내법 적용의 예외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재판에서 검찰 수사 결과와 다른 판단이 내려진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국민의 반외자 정서에는 부응했을지 몰라도 국익에 반한 수사였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 사건 수사는 검찰 스스로 밝힌 '중간 수사결과'란 표현이 의미하듯 아직 미완의 상태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포퓰리즘적 수사가 아니었음을 추가 수사를 통해 입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