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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쉼] 느림의 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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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 '걷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사회.문화적 차원에서 '걷기'를 조망한 번역서들이 잇따라 소개됐다.
최근에는 '도보 여행'을 주제로 한 국내 여행책자도 나왔다.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 여행'(터치아트).
걷기 좋은 길 52곳을 소개하고 있다. 동호회 '인생길 따라 도보여행'(cafe.daum.net/dobojourney)이 발굴한 코스들이다.
이 동호회로부터 겨울철에 걷기 좋은 수도권 코스 다섯 곳을 추천 받았다.

정리=성시윤 기자 <copipi@joongang.co.kr>

사진=권혁재 기자 <shotgun@joongang.co.kr>

연인과 즐기는 알콩달콩 데이트 길 서울 화랑로

서울 화랑로는 플라타너스 가로수로 유명하다. 늦가을에 이어 겨울 초입까지 낙엽 쌓인 길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매력적이다. 근처의 태강릉.육군사관학교.태릉CC.이스턴캐슬 같은 곳도 함께 둘러본다면 한나절 걷기로는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볼거리가 많다. 육군사관학교 정문 옆에는 경춘선 화랑대역이 있다. 상하행선 통틀어 하루에 6편의 열차가 정차하는 간이역이다.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예쁜 간이역에서 따뜻한 자판기 커피 한잔을 마시고 가는 것도 걷기 여행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소소한 재미다.

■8㎞, 2시간 소요 ■특성: 운동량 ★☆☆/볼거리 ★★★

나를 만나는 사색의 길 수리산 임도

수리산 등산로 입구에서 약수 한 모금 마시고 등산로가 아닌 임도를 따라 간다. 산길이지만 길이 험하지 않고 흙길을 밟는 느낌이 좋아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이 코스의 가장 큰 매력은 '호젓함'이다. 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도시의 소음과 멀찍이 떨어져 한나절을 보낼 수 있다.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아 속달동에 이르면 졸졸졸 소리 내어 흐르는 반월천이 정겹고, 수확을 끝낸 밭뙈기에서 피어오르는 건초 타는 냄새가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조용히 사색에 잠겨 걷기에도 좋고, 길동무와 속달속달 이야기 나누며 걷기에도 좋다.

■코스: 경기도 산본역→주공7.8단지→수리산 입구→수리사→속달동→수리산 임도→수리산 입구→산본역(12㎞, 3시간30분 소요)

■특성: 운동량 ★☆☆ / 볼거리 ★☆☆

아이를 위한 체험의 길 남한산성 길

남한산성은 소복이 눈이 쌓여 있을 때 찾아가면 좋다. 돌로 쌓은 성벽과 우아한 기와지붕 위에 눈이 쌓인 풍경은 시선을 사로잡고, 뽀도독 눈길을 밟는 느낌은 걷는 맛을 더한다. 성벽을 따라 오르락내리락 걷다보면 제법 운동이 되기 때문에 은근히 숨이 차고 땀도 난다. 남한산성에는 '한성 백제시대'부터 우리 겨레와 운명을 함께해 온 2000년 역사가 숨쉬고 있다. 걷다가 누각이나 성문이 나오면 그 앞에 놓인 안내판을 찬찬히 읽어보고 가자. 산성 입구에는 식당도 많으니 맛있는 음식으로 한나절 걷기를 마무리할 수도 있다.

■코스: 남한산성 종로→남문→수어장대→서문→북문→동장대 암문→벌봉→동장대 암문→동문→남문→남한산성 종로(8.5㎞, 4시간 소요)

■특성: 운동량 ★★☆ / 볼거리 ★★☆

도심 속 오롯한 눈길 청계천로

서울 청계천의 언저리에서 여유 시간이 생겼다면 고민하지 말고 청계천을 걸어볼 일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즐기는 걷기 여행이라, 걷기를 시작하는 곳도 끝내는 곳도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게다가 청계천에 마련된 조명시설과 근처 빌딩의 불빛 덕분에 해가 진 뒤에도 불편함 없이 걸을 수 있다.

올겨울, 청계천에는 쌓인 눈을 일부러 치우지 않고 놔두는 스노우 존(Snow Zone)이 마련돼 삼일교에서 중랑천 합류부까지는 설경도 즐길 수 있을 듯 하다.

■코스: 시청역 또는 광화문역→청계광장→청계천→살곶이다리→한양대역(9㎞, 2시간30분 소요)

■특성: 난이도 ★☆☆ / 볼거리 ★★☆

호숫가 낭만의 길 춘천 호반로

아침 일찍 집을 나서 '춘천 가는 기차'를 타고 경춘선의 종착지인 남춘천역까지 간다. 88공원에서 호젓한 송암동길을 지나가면 춘천의 상징인 호숫가에 이른다. 사계절 언제나 아침 안개가 피어오르고, 겨울에는 안개가 얼어붙어 하얗게 상고대가 피는 곳. 춘천은 이름만 들어도 괜스레 낭만적인 도시다. 거울 같은 호수의 수면과 겨울의 찬 공기가 은근히 잘 어울리는 조용한 산책로. 작은 보온병에 따뜻한 커피라도 넣어 가 보자. 서너 시간 산책으로 하루쯤은 서울을 벗어나 멀리 떠난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다.

■코스: 춘천 88공원→송암동 갈림길→필레이크모텔→두산리조트→춘천MBC→공지천공원→춘천역 뒷길→소양2교 호반사거리(12㎞, 3시간 소요)

■특성: 운동량 ★☆☆ / 볼거리 ★★☆

돈 안 들지, 쉽지 …

'주말이 기다려지는 행복한 걷기 여행'(사진)을 펴낸'인생길 따라 도보 여행' (cafe.daum.net/dobojourney)의 회원들은 걷는 게 '그냥' 좋다고 한다. '경제적 부담이 없으며,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다'는 것이 회원들이 전하는 도보여행의 장점이다. 이 동호회는 매월 한 차례씩 정기적으로 도보 여행을 즐긴다. 이때는 전국에서 100~200명이 모여든다. 아침부터 해질녘까지 30~40㎞를 걷는 게 프로그램의 전부다. 여름에는 해질녘에 시작해 아침 해가 뜰 때까지 한강 주변을 밤새 걷기도 한다. 월별 행사와 별도로 매주 토요일에 5~20명 정도가 모여 서울의 한강.중랑천.하늘공원.서울숲 등지를 함께 걷는다. 1년에 한 번 정도는 회원들이 '울트라 도보'를 하며 '내공'을 겨루기도 한다. 25시간 이내에 100㎞를 걷는 것이다. 카페 회장인 박용원(56)씨는 "열 명 중 여덟 명은 울트라 도보에 성공을 하는데, 이때 회원들이 맛보는 성취감은 대단하다"고 했다. '인생길 따라 도보 여행' 외에도 인터넷에서는 '세상 걷기'(cafe.daum.net/ddubukroad), '직장인을 위한 주말에 떠나는 도보여행'(club.cyworld.com/walkingT), '유유자적'(cafe.daum.net/freewalking) 등 도보여행 카페가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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