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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웨이트 유전 폭파의 영향(걸프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세계경제에 심리적 충격/연기로 공급에도 지장/기상이변 안일어날 듯
작년 여름 쿠웨이트를 점령한 직후 외국이 개입하면 쿠웨이트 전역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던 위협을 이라크가 실천에 옮기고 있다.
지난 2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유전 폭파는 작게는 다국적군의 공격에 연기와 열기 등으로 장애물을 만들어 이라크군의 작전수행을 도우려는 전술적 이유와 크게는 국제경제에 심리적 충격을 주어 다국적군 참가국등이 가장 우려하는 세계경제 혼란을 일으키려는 전략적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군사적 영향=우선 화재로 인한 막대한 연기가 다국적군 전투기들의 공격에 지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초현대식 전자장비를 낮춘 다국적군 전투기들도 정확한 타격목표를 찾기 위해서는 조종사의 육안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 목표물을 찾아내고 그 목표가 파괴되었는지를 확인하는 각종 정찰기·인공위성 등의 정보수집도 화재로 인해 형성된 구름층등에 가려 상당한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장애는 이라크군의 이동이나 후퇴 등을 은폐시켜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밖에 지상군 공격도 화재로 인한 열기와 원유 등이 타면서 발생하는 아황산가스등이 원활한 작전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제경제에 미치는 영향=쿠웨이트 유전 폭파소식이 전해진 직후 세계 원유시장에서 유가가 상당폭 뛰어 올랐으며 주식시장·외환시장 등도 불안감을 반영,흔들리는 분위기다.
그러나 유엔의 대 이라크 경제봉쇄 이후 세계시장에 공급이 중단된 쿠웨이트와 이라크의 원유생산량은 이미 석유수출국기구(OPEC) 각국의 증산등으로 보충되고도 남는 형편이어서 석유시장의 수요 공급체계에는 실질적인 영향을 줄 수 없다.
유전폭파와 함께 석유시장과 주식시장 등에 불안정이 초래된 것은 오히려 다국적군의 1만여회에 달하는 막대한 공중공격에도 불구,이라크가 계속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에 스커드미사일 공격을 가해오는등 전쟁이 단시일에 끝나기 어렵다는 우려에 기인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런 우려에 유전폭파 소식이 촉발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그러나 9백45억배럴에 달하는 세계3위의 매장량과 하루 1백50만배럴의 생산능력을 보유한 쿠웨이트 석유산업시설이 완전 파괴됐을 때 이를 복구하는데는 5∼10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에 따르면 이번 폭파는 장기적으로 세계 석유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환경에 대한 영향=전문가들은 저장되어 있는 원유등의 화재로 발생하는 연기는 바람에 흐트러져 이 지역에 국한된 대기오염을 초래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유정에 불이 붙고 이를 차단할 안전시설이 파괴됐을 경우 수개월이상 진화하기 어려우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대량의 연기는 대기층에 엷은 구름을 형성,햇빛을 차단하고 기상이변을 야기,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89년 미국 예로스톤 국립공원 대화재 때도 이런 우려가 있었으나 이때 발생한 연기는 지상 3천피트(1천m)까지밖에 상승하지 못해 곧 흩어짐으로써 당초 우려가 기우였던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따라서 쿠웨이트 유전파괴는 기상이변등 재앙을 초래할 정도로 우려되지는 않는다는 분석도 유력하다.<강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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