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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태나 한·미 FTA 협상 주변에서 이런 일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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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5차 본협상에 참여하고 있는 미국 대표단 중 한국계 인물이 자동차분과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대표단 중 유일한 한국계인 스콧 키(39.사진)는 미 무역대표부(USTR) 한국과장이다. '기종성'이란 한국 이름을 갖고 있는 한인 2세인 그는 한국어를 상당히 알아듣는다. 이 때문에 한국 대표단은 협상장에서 한국 대표단 사이에 주고받는 말을 그가 알아들을까봐 '입조심'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 회견장에도 항상 동석하는 등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키씨는 저돌적 협상력으로 한국 대표단을 몰아붙여 처음에는 베트남계나 중국계로 오해받았다. 로스앤젤레스 한인촌에서 성장한 그는 UCLA와 브라운대를 거쳐 시애틀 등지의 정보통신업계와 컨설팅 업계에서 경력을 쌓은 뒤 USTR에 스카우트됐다. 사석에서는 한국 대표들에게 '형' '동생' 이라 부르며 "한국계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지만 협상장에선 '에누리' 없는 칼 같은 면모를 보인다고 한국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전했다.

◆ 맥 빠진 시위대=미국 몬태나주 빅스카이까지 찾아온 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의 원정 시위대 20여 명은 추위 때문에 예전과 달리 활발한 활동을 벌이지 못하고 있다. 오종열 범국본 공동의장 등 시위대는 5일 협상장 주변에서 피케팅과 촛불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영하 15도에 이르는 강추위 때문에 전매특허인 '3보1배'를 하기 힘든 데다 한산한 시골마을이다 보니 경찰조차 시위에 심드렁할 정도로 반응이 신통치 않은 실정이다. 회담이 진행되고 있는 빅스카이는 스키 리조트 지역으로 고급 호텔 외엔 마땅한 숙박시설이 없어 원정 시위대가 20여 명밖에 오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16개 광역 지자체장 중 유일하게 현지까지 날아온 김태환 제주지사는 제주 출신 국회의원 두 명과 함께 협상 대상에서 감귤을 빼줄 것을 당부하는 '열성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 지사 일행은 미국 대표단과 같은 호텔에 투숙해 미국 대표단을 만날 때마다 밀착 로비를 펼치고 있어 현지 언론으로부터 '도대체 제주도가 어디냐'는 주목을 받기도 했다.

한편 빅스카이에서는 협상단과 기자단은 물론 시위대까지 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진풍경이 종종 벌어지고 있다. 협상장 주변에 마땅한 식당이 다섯 개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한국 식당은 물론 빅스카이에 사는 한인조차 없다 보니 협상 첫날 대표단.기자단들엔 햇반.라면.김치 등의 비상식량(?)이 지급되기도 했다. 협상장인 몬태나주는 인구가 70만 명이지만 소는 230만 마리에 달하는 곳. 소가 사람보다 많이 사는 곳이라 그런지 만나는 미국인마다 쇠고기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한국 대표단엔 새로운 골칫거리다.

◆ 무역 구제와 의약품 부문 공방=5차 본협상 이틀째인 5일(현지시간) 양측은 13개 분야별로 본격적 협상에 나섰지만 서로 약점 분야인 무역 구제와 의약품 분야에서 공방을 벌였을 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국은 이날 미국 측에 반덤핑 조사 때 사전 통보와 협의를 해줄 것을 요구하는 등 다섯 개 항목을 최우선 협상 대상으로 제시하고 이번 협상 기간 중 답변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이 반덤핑 관련 법안을 개정할 때 의회에 사전 통보해야 하는 시한이 올 연말이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의약품 분야에서 한국의 신(新)약가 정책과 관련, ▶외국 신약에 대한 최저가격 보장▶신약과 복제약(제네릭)의 약품 허가 차별 폐지 등을 요구했다.

빅스카이(미 몬태나주)=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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